북한에서 김장철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2~3세대가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서는 올해 따뜻한 날씨로 인해 김장 시기가 늦어져 다른 해보다 조금 늦은 지난달 27일경부터 김장이 시작됐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친한 주민들끼리 서로 합동해서 김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김장 ‘반년 식량’이라 불릴 만큼 주민들의 식생활에 중요하다. 겨울에는 채소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김치를 담가 겨우내 반찬으로 해결한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생활난에 김장을 포기하는 주민들도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이 어떻게든 김장을 하려고 한다는 전언이다. 가뜩이나 겨울나기가 힘든데 김장 김치까지 없으면 겨울을 더욱 혹독하게 보내게 된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생활난은 여전하다 보니 올해는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하게 지내는 몇몇 주민들끼리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고 골고루 나누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같이 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김치 담그는 시간도 줄일 수 있어 좋다는 말이 돌면서 주민들이 너도나도 이런 방식으로 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서로 다른 집에 가서 김장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은 있었어도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김장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올해는 배추와 무 농사도 잘 안된 데다가 전반적으로 상품값이 오르면서 배추, 무 가격도 작년보다 비싸다”면서 “주민들은 그렇다고 올해 또 김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돈을 똑같이 모아 김치 양념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나누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양념은 생활 수준에 따라 고춧가루 양념을 사용하기도, 대신 콩물을 사용하기도 한다”면서 “어려운 사람들은 식량 보탬에 도움이 되려고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맛보다는 양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의 한 인민반은 30세대를 기준으로 절반이 넘은 세대가 짝을 지어 김장 준비를 하거나 김장을 마쳤다.
해당 인민반의 한 50대 주민은 “남편이 올해 직장에서 김장할 배추나 무를 1g도 타오지 못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찾아와 같이 하자고 했다”며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는데 듣고 보니 괜찮을 것 같아 친하게 지내는 다른 한 명을 더 불러 셋이서 함께 김장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 덜 힘들었고 돈도 적게 들었다”며 “김치라도 있으면 쌀이 부족할 때 김치 넣은 죽을 쒀먹으면 돼 먹는 문제에 보탬이 된다. 그래서 올해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김치를 담그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같이 해서 참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식통은 “어려운 가정일수록 김치를 무조건 담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김장 재료가 다른 해에 비해 비싸지만, 김장을 포기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혜산시 시장에서는 1kg 기준으로 김장용 배추가 2200원, 무는 1700원 정도에 팔리고 있고, 소금은 1500~2500원, 고춧가루는 3만 5000원~4만 5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배추와 무는 1kg당 각각 700원 이상씩, 고춧가루는 8000~1만 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