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도 못 받았는데 비하 발언까지 들은 北 노동자들 ‘분노’

"불쌍한 까레이"라며 빈정대자 모멸감 느껴…북한 회사 측은 물리적 충돌 빚어질까 자중하라 당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현지 업체의 잔금 미지급과 멸시적 태도에 원성을 토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회사 측은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며 단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은 27일 “최근 (러시아) 쯔멘에서 작업을 끝낸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잔금을 못 받는 일이 있었는데, 러시아 건설업체 측이 이를 무시한 데다 현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나오자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로 구성된 3개 작업반은 지난 4개월 동안 쯔멘에 위치한 복합 건물 공사에 참여했다. 이 중 마지막까지 남은 1개 작업반(15명)이 지난 18일 공사를 완료했으나 러시아 건설업체 측이 잔금 지급을 미루면서 결국 이들은 돈을 다 받지 못한 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통은 “지난 20일 러시아 건설업체 측이 잔금을 다음 건설 사업으로 이월해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겼다”며 “이에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건설회사 측이 쯔멘 지방 기관과 경찰에 해당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저 기다리라는 답만 받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상황을 아는 다른 현지 건설업체의 러시아인들은 “돈을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피곤하게 구느냐. 개인적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며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러시아 건설업체 측을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러시아인들은 “북한 노동자들은 일을 준 러시아에 감사해야 하고 기다리라면 기다려야 한다”, “나라(북한)에서 돈벌이로 군인들을 전쟁에 내보낼 만큼 못 먹고 못 사는 형편인데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러시아인들의 이러한 발언은 쯔멘 현지 북한 노동자들에게 큰 모욕감을 주고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여기(러시아)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러시아인들에게 하찮은 대우를 받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건설업체 측에서 작업이 끝난 뒤에도 잔금 처리를 미루거나 아예 잠적해 이른바 ‘먹튀’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일부 러시아인들이 “불쌍한 까레이(조선인)”라며 노골적으로 빈정거리는 모습까지 보이자 현지 북한 노동자들이 상당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쯔멘 현지의 북한 건설회사는 분노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인들과 싸움을 벌이는 등 물리적인 충돌을 빚어 행여나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까 봐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어떤 사건·사고도 일으키지 말라”며 노동자들에게 자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