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자 150여 명, 오랜 기다림 끝에 혜산세관 통해 中으로

지난 5월 심사 마치고 대기 중이던 20~30대 노동자들, 장사 밑천 마련할 생각에 기대감 내비쳐

중국 지린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이달 초 150명가량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397호)를 통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외화벌이를 지속하고 있다.

2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5일 노동자 150여 명이 혜산세관을 통해 중국 지린(吉林)성으로 넘어갔다”면서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들로, 신체검사는 물론 철저한 사상 검증을 통과한 대상들”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심사를 마친 지난 5월부터 줄곧 파견 대기 중에 있었다. 5월 초 중국에 넘어가는 날짜까지 잡혔으나 파견이 세 차례나 미뤄져 이번에야 넘어가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파견이 세 차례나 미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의 북러 밀착 상황 속 소원해진 북중관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최종 심사를 통과한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에 갈 생각에 들떠있던 노동자들이 애를 태웠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외국에 나간다고만 하면 큰일, 경사로 여기고 중국만 갔다 와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며 “게다가 직장에 출근해도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는 북한과 달리 외국에 나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요새 북한의 20~30대들은 매주 진행되는 생활총화나 학습회, 강연회 등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데, 외국에 나가면 조직 생활이 이보다는 덜 엄격하니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처음에 뽑혔을 때 엄청나게 좋아했다가 이유도 모른 채 몇 개월씩 파견이 미뤄지면서 그야말로 속을 끓였다”며 “그러다 이번에 마침내 가게 되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에 파견 나간 한 청년은 “꿈만 같다. 여행이면 더 좋겠지만 일하러 간다고 해도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며칠 간은 잠도 이루지 못했다. 한 달에 얼마를 벌지 모르겠지만 3년 동안 통돈(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번에 간 노동자들은 3년 후에 돌아오면서 최소 중국 돈 2만 위안(한화 약 387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는 밑천이 없으면 수입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나간 젊은이 대부분이 중국에서 장사 밑천을 마련해온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 어느 지역에서 일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