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남도 평성시 소재 국경경비사령부의 경비중대 소속 한 군인이 결핵 판정을 받아 감정제대(의가사제대) 명령을 받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평성시에 있는 국경경비사령부 경비중대에서 복무하던 한 군인이 결핵에 걸린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가 질병 검사에서 발각되면서 제대 명령을 받게 되자 지난달 말 부업조의 가을걷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앞서 해당 군인이 속한 국경경비사령부 경비중대는 중대 내에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이상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나자 원인 판단을 위해 중대 군인 전원을 대상으로 질병 검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중대 내에 결핵이 전파된 것으로 파악됐고, 부대는 그 원인이 된 인물로 20대의 A 군인을 지목했다.
부대에서는 6년 전부터 결핵을 앓았던 그가 최근에 증상이 심해지면서 다른 군인들에게 균을 옮겼다고 판단했다.
북한에서는 부대에 결핵 증상이 심한 군인이 있으면 일정 기간 시간을 주고 집에서 치료받고 돌아오도록 하기도 하는데, A 군인은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군의소에서 주는 약을 먹고 병이 나은 것처럼 속이고 정상적인 군 복무를 지속했다는 전언이다.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어려운 집안 사정에 요양하기가 힘든데 오히려 부대에 남아있으면 약이라도 받아 먹을 수 있어 상태를 숨겼다는 것이다.
결국 A 군인과 같은 중대에 속한 다수의 동료 군인이 결핵으로 병동에 입원하게 됐고, 그중 한 군인은 증상이 너무 심해 고향으로 내려가 치료받게 됐다.
부대에서는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결핵을 숨기고 퍼뜨린 A 군인에 대해 감정제대 명령을 내렸다.
소식통은 “제대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부업조 강냉이(옥수수)밭에 동원된 이 군인은 그날부터 자기가 제대돼 고향으로 돌아가면 과연 가난한 부모 밑에서 병은 고칠 수 있을까, 어떤 장사나 일을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절망에 빠져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경경비사령부는 군 복무 중인 군인들의 건강 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사업에 들어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