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통화 내용도 다 듣는다…주민 동향·민심 감시

체신소 공중전화 관리반을 통한 감시체계 구축…“공중전화도 휴대전화도 무서워서 못 쓰겠다”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전경. /사진=데일리NK

북한 보위 기관이 공중전화를 통한 주민 동향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보위국이 일상에서 주민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이달 초 도 체신국에 7~9월까지의 공중전화 통화 내용 녹음 필사 종합문서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도 보위국은 올해 특히 수해로 인해 한층 심화한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민심과 사상 동향을 파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공중전화 통화 내용 감시에 힘쓰기로 하고, 실제 주민들이 공중전화로 국가를 비난하거나 정보를 노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하고 나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전화 통화 내용으로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일이 일상적이었지만,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개별 휴대전화에 감시의 초점이 맞춰지자 최근 주민들은 중요하고 긴요한 얘기가 있으면 되레 공중전화를 이용해 감시를 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응해 북한 보위 기관은 각 지역 체신소들의 공중전화 관리반을 통한 감시체계를 세워놓고 공중전화 통화 내용 녹음 필사본을 주민 동향 감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0번이라는 직책으로 일하는 공중전화 관리반은 반장과 직원 2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기본 체신소 직원이지만 보위부와 초급당위원회의 정보원으로 있으면서 감시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신소의 0번은 주민 감시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일상적인 통화조차도 국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감시체계에 주민들이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 대부분은 공중전화가 휴대전화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공중전화를 이용하려면 공민증을 필수로 제출해야 하고 이후에 지정된 칸에서 통화하게 되는데, 이것이 모두 도청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주민들이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작년에만도 공중전화를 사용하다가 간첩 또는 불순분자로 신고된 사례가 함경북도 국경에서 6건이나 발생했다”며 “이들 대부분은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는 브로커들인데, 국내의 연관된 주민들과 공중전화로 은밀한 통화를 하다가 적발됐다”고 했다.

이에 이런 상황을 아는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주민 생활이 발전하고 변화되면 좋겠는데 감시와 통제 수법만 발전한다”, “공중전화도 휴대전화도 무서워서 못 쓰겠다”는 등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