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사건에 北 간부들도 의구심…”왜 한참 뒤 발표하나”

강연자료에 전단 주워 신고한 주민 언급됐는데 확인해보니 없는 일…내부서도 자작극설 제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무인기와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한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 강연을 실시했는데, 내부에서 이때 활용된 강연자료의 내용이 날조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4일 오전 중앙당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 강연을 진행했다.

당시 강연에 쓰인 강연자료는 문서로 인쇄돼 배포된 것이 아니라 8~10장 정도 되는 시청각 자료로 제작돼 화면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보여졌다.

해당 자료에는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발견된 시점을 비롯해 당국이 이를 포착한 정황 등이 담겨 있었고, 이는 이미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특이한 점은 무인기에서 살포된 전단을 직접 발견해 이를 신고한 평양 주민의 사례가 강연자료에 담겼다는 점이다.

실제 자료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인근에 위치한 만수대동상 관리소 관리원 2명이 새벽 청소를 하다가 잔디밭에 떨어져 있는 삐라(대북전단)를 발견해 신고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들의 신원이 비교적 자세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강연은 “적들이 삐라가 아니고 위험한 다른 수단을 혁명의 수뇌부에 떨어뜨렸으면 그 얼마나 끔찍한 후과가 초래됐겠냐”며 대남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강연이 끝난 후 일부 간부들은 만수대동상 관리소와 연관 기관을 통해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이 외에도 평양 시내에서 전단을 직접 발견한 사람이 있는지 직접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수대동상 관리소와 관련자가 전단을 발견해 신고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면서 무인기 사건에 대한 간부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한다.

더욱이 일부 간부들은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노동당 청사 상공을 활보했다면 곧바로 군 태세를 취해야지 왜 처음 무인기를 발견하고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발표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적군의 소행이면 군대가 나서야지 왜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냐”는 등의 반응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자작극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본보와 접촉한 북한 고위 소식통은 ‘최고지도자와 체제를 신성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부적으로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영상(이미지)을 훼손하는 전단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딱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밝혔던 일을 언급했다. 김여정이라면 최고지도자 비방 선전물 제작을 지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김여정은 오빠인 김 위원장에 대해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며 김 위원장의 코로나 감염 사실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한편, 김여정은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 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해당하는 증거를 공개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