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가을 수확이 마감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농민들이 걱정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덕천시 농장을 비롯한 농장들에서 벼 수확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적어 벌써부터 내년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는 특히 날씨가 무더웠던 데다 폭우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농작물 생육에 큰 차질이 빚어졌고, 이에 농장들의 생산량도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국가에서 할당한 계획 분량을 모두 거둬가고 이외에도 여려 명목으로 더 거둬가 올해 농장원들이 받을 분배량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적어도 다음 해 1월까지 먹을 식량은 확보했는데 올해는 연말까지 먹을 식량도 다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농장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면서 “1년 농사에 1년의 생계가 달린 농장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평안남도 덕천시의 한 50대 농장원은 “올해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수확량이 줄어 기준치의 3분의 2도 겨우 미치는 정도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차례지는 분배량도 형편없이 줄어들 것이 뻔한 일이다. 우리 농민들의 식량문제보다는 국가의 계획분을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니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50대 농장원도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고생하고도 굶주림에 허덕이기만 하니 죽을 맛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황이 나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고 작황이 좋으면 국가에서 모두 가져가니 결국 우리 농민들은 대대손손 굶주림과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현재 농민들은 멀건 쌀뜨물 같은 것을 끼니로 먹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데 올해 수확량 감소로 분배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테레비(TV)에서는 농사가 잘 돼 수확량이 늘어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현실과 전혀 다르다”며 “농민들의 괴로운 신음을 행복으로 둔갑시켜 선전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농민들에게 심적 고통까지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십 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차례지는 건 가난한 살림뿐인 농민들에게 이제는 최소한 밥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며 “‘먹은 소가 힘 쓴다’는 말처럼 농민들도 충분히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수확량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올해 작황이 전반적으로 괜찮다며 “현재 비가 자주 내리고 언제 우박과 서리가 내릴지 예측할 수 없는 조건에서 가을걷이(추수) 적기를 바로 정하고 빠른 기일 안에 끝내는 것은 사활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은 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8~10월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고됐고 기온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면서 “해충·질병 발생이 늘어 잠재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할 위험성을 높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