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괴뢰한국, 우리 헐뜯는 영상찍어 유포”…주민 경각심 제고

평안북도당, 도내 기관·기업소, 인민위원회에 지시문 하달…"괴뢰당국 미쳐 날뛰고 있다" 비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지역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시였다”며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수해지역의 복구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경 지역에서의 수해 복구 작업이 두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수해 지역 주민들에게 ‘괴뢰 한국이 보낸 불순선전물에 속지말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수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평안북도 당위원회 선전선동부는 ‘수해 복구 사업을 적극 추진할 데 대한 지시’를 도내 각 기관·기업소, 인민위원회 등에 하달했다.

지시문에는 “도안의 전체 조직과 특히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군·리에서는 조직별 사상 선전 사업을 실속있게 진행해야 하며 높은 경각성을 가지고 생활하는 기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미뤄볼 때 각 단위에서는 이 같은 지시문을 근거로 주민 대상 사상 교육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시문의 서두에는 “지금 온 나라 전체 인민들이 모든 힘을 총동원하며 당중앙의 호소를 높이 받들어 큰물(홍수) 피해 복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각 도·시·군들에서 파견된 돌격대원들의 힘찬 투쟁으로 수해 지역의 면모는 날이 갈수록 변모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해 복구 작업장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을 치하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서두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당국은 “신의주시와 의주군을 비롯한 지역들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경 관문 도시”라며 “이 지역들은 머지않아 수해 지역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주체들이 줄지어 우뚝 솟아오르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한국에서 발신된 불순선전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시문에는 “피해 복구 사업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 힘찬 투쟁을 벌리고 있는 우리의 돌격대원들과 군인들의 혁명적 투쟁 기풍을 달가워하지 않는 괴뢰한국의 당국자들은 맞은편 국경까지 기어들어 와 영상물을 찍어가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을 헐뜯는 이런 영상물이 괴뢰한국의 보도를 통해 나오는 것”이라는 내용이 서술됐다.

또 “복구 전투를 벌이고 있는 복잡한 틈을 이용해 불순선전물들을 들여 보내는 등 괴뢰당국이 미쳐 날뛰고 있다”는 적나라한 비난도 지시문에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해 직후인 지난 8월 9일 수재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의 언론보도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남한 언론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일 수재민 구출에 참여한 공군 직승비행(헬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한다”며 “이는 날조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계속해서 수해 지역 상황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주민들에게 이를 경계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수해 지역이 국경과 인접해 있어 수재민들이 외부 뉴스를 접하기 쉬운데다 그 영향으로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지역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시였다”며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수해지역의 복구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런 가운데 평안북도당은 지시문에서 “오직 자력갱생으로 자기 힘을 믿고 투쟁할 때 우리 조국도 부(富)의 국가로 설 수 있다는 관점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며 자력갱생만이 부강한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도 안에 전체 근로자들이 피해지역 복구를 하루빨리 끝내고 부유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우리 모두 한 사람처럼 떨쳐 나서야 한다”고 선동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평안북도 홍수 피해지역을 또다시 찾아 복구 건설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지역의 생산 및 생활 질서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수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7월 28일과 8월 8~9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 당국이 수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최고지도자의 애민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