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책 담긴 USB 야간에 몰래 꺼내 본 군관들 체포

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 소속 군관 4명 군 보위부 이송…대대적인 사상투쟁회의도 진행돼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반동 매체로 분류되는 한국 전자책을 몰래 소지하고 본 조선인민군 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 소속 군관들이 군(軍)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지난달 하순 군사과학영화촬영소(이하 촬영소)에서 반동 매체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에 군 보위부의 갑작스러운 검열이 진행돼 촬영소 1실 소속 군관 4명 군 보위부에 이송됐고, 촬영소에서는 대대적인 사상투쟁회의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4명은 야간작업 중 외장하드와 메모리(USB)에 담긴 수십 부의 한국 전자책을 몰래 감상한 것으로 문제시됐다.

이들은 출근 가방이나 군복 안주머니에 메모리 등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면서 야간에 조용한 때를 기다려 몰래 꺼내 보다가 정보원으로 있는 같은 촬영소의 직원에 의해 군 보위부에 보고돼 체포됐다는 설명이다.

정보원의 보고를 받은 군 보위부는 이들을 수시로 감시해오며 이들의 직접적인 행위를 확인했으며, 급작스러운 검열을 진행해 이들의 가방과 군복 안주머니에 있던 메모리를 증거물로 확보했다.

결국 체포된 4명의 군관은 군 보위국으로 이송돼 현재 조사받는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촬영소 내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이후 촬영소 당위원회와 군 보위부가 공동으로 사상투쟁회의를 열어 간부 및 직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사상교양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사상투쟁회의에서는 “사상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기회주의자들이 촬영소 내에 기어들어 반동 매체의 영상들을 수집하고 촬영소 내의 사상적 분위기를 흐렸다”는 강한 비판과 함께 “더는 이런 자들이 배겨낼 자리가 없도록 투쟁을 강화하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군 보위국은 이번 사건이 확산하지 않도록 촬영소 내 직원들에게 입소문을 내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등 단속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촬영소 직원들 사이에서 한국 전자책의 출처와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내적으로는 이미 소문이 다 퍼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군 보위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경과와 내용은 촬영소 내부 직원들에게 다 알려졌고, 그 가족들을 통해서 평양 시내에까지 소문이 쫙 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