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보위부의 화교 탄압, 무엇을 의식한 것인가?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최근 내부 화교에 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단 지긋지긋한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백신 접종이나 치료를 위해 중국에 체류했던 화교들이 대거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최근 북한 보위부가 일부 화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현지 소식통 전언에 따르면 평안북도 룡천군 용암포 화교 마을 화교 수십 명이 한국 드라마를 전파하고 탈북민 가정에 돈을 건네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여행을 했거나 중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오지 않은 화교만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조사·추궁하고 있다고 한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외부 문물 차단 3대 악법을 제정한 이후 외국 콘텐츠에 지속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이제는 화살을 화교에게까지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들이 외부 문화 유입과 유포를 주도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이를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한 사회에 제대로 융합되지 않은 화교에 경고에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 당국의 화교들에 대한 사상 통제로 겉으로는 많은 화교들이 동화된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다수 화교는 중화사상을 기반으로 다른 민족에 대한 무의식적인 우월감에 빠져있고 자기들의 본을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경제력 약화’를 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화교는 대만 또는 중국의 국적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이민자로 정착하여 사는 사람으로 화(華)는 중국인들이 자신을 화인(華人)으로 부르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며, 교(僑)는 거주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즉 해외로 이민하여 거주하는 대만인이나 중국인을 부르는 명칭이다.

북한에서 화교는 중국 동북 지방 랴오닝성과 지린성에서 온 사람이 주류로 평양, 신의주(평안북도), 회령, 온성(이상 함경북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집단 또는 개별거주하며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법 컸었다.

특히 북한의 시장화에 화교가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사실 화교들은 북한이 시장 공식화를 하기 훨씬 전부터 직장 생활보다 개인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개혁개방이 성공하고, 북한이 경제난에 직면하여 시장이 공식화되면서 많은 화교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상품을 날라 부를 축적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심지어 화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시장이 활성화되고 경제력도 강한 경향이 있어서, 그들이 북한의 지역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종합해보면 외부 문물을 억제하고 시장 통제력을 강화하고 나선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화교는 최상위 감시 대상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국가 경제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요소를 장려하고 투자한다. 또한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더라도 세계 시민들의 문화적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형국이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화교 통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