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강선과 영변, 우라늄 농축기지에 대한 소고

최근 북한이 비밀리에 운영해 왔던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전격 공개하면서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은 13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우라늄 농축 기지 시설을 직접 돌아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라며, 핵병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우라늄 농축시설은 남포시 고창리 강선 핵시설인 것으로 장소가 좁혀지는 가운데, 김정은이 몸소 방문해 만족감을 드러낸 곳은 영변이나 제3 장소라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된다. 국내 한 탈북민단체는 강선 시설이 북한이 세계를 기만하려고 영변에서 은밀히 옮겨온 우라늄 농축시설이라는 주장을 이미 수년 전에 펼쳤었다. 강선 시설에 대한 탈북민단체와 전문가 주장을 살펴보고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강선 핵시설 확장공사

올 상반기 남포시 강선 핵시설에서 본관 생산건물에 별관시설이 증축됐다.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처리용 원심분리기실을 확장한 것이며, 9월 13일 공개한 시설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구글어스

남포시 강선 시설 내 사각형 건물 아래에 5m 길이 칸막이 9개가 설치된 것이 구글어스 위성사진에서 식별된다. 별관시설을 덧붙여 본관 건물 확장공사를 진행한 것인데, 면적은 1595㎡로 측정된다. 강선 핵 추정 시설 확장공사는 대북 매체 NK Pro가 지난 3월 처음 보도했으며, 이후 청색과 녹색 지붕 별관시설이 들어선 것이 다른 외신 매체에서도 확인됐다.

강선 핵 추정 시설은 남포특별시 천리마구역 고창리에 위치한다. 부지면적은 6.7ha 정도이며, 대동강과 평양-남포 고속도로, 청년영웅도로 등 주변 교통망에서 1km 내외이기 때문에 시설에는 비교적 외부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1000여 대 원심분리기가 고속으로 돌면서 우라늄을 고농축 처리해서 무기급 핵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선 핵 단지 중앙에는 우라늄 농축시설로 보이는 가로 114m, 세로 50m 크기 대형 공장건물이 눈에 띈다. 주변에 작업장과 행정 지원시설, 경비시설, 주거 단지 등이 있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기념비와 영생탑도 보이고, 평양-남포를 잇는 평남선 철길이 바로 시설 옆을 지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주변에는 대공 방호시설이 강선 핵시설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데, 대공포 진지가 네 군데 식별된다. 고창중학교를 사이에 두고 산등성에 2곳, 평야 지대에 2곳씩 설치돼 있다. 구글어스 위성사진에서 진지 내에 각각 8개 대공포가 방사형으로 배치된 게 확인된다. 강선 핵시설 공중 폭격에 대비해 대공포 진지를 지근거리에 설치하고 엄중히 방호하고 있는 만큼 이곳이 중요한 군사 전략 지역임을 시사한다.

강선 시설 지원하는 핵물리 연구센터

강선 핵시설 인근 2.2km 거리에 핵물리 연구센터가 있다. 강선 시설과 연구센터 모두 영변에서 비밀리에 분산돼 옮겨 온 것이라는 탈북민단체 주장이 있다. /사진=구글어스

강선 핵 추정 시설에서 직선으로 2.2km 거리에 ‘중앙 핵 과학연구 중심센터’ 강서 분소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센터는 중요한 핵물리 연구실험을 하면서 강선 핵 단지에 기술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탈북민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수년 전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내부 첩보를 바탕으로 강선 시설은 우라늄을 고농축 처리, 무기급 핵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강선 시설이 현지에서는 ‘311 연구소’로 불리고, 북한이 핵물리 연구센터와 함께 과거 영변에서 은밀히 옮겨 왔다는 주장이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 이목을 피해 영변 핵시설을 비밀리 여러 곳에 분산 이전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는 북핵 회담을 대비한 연막전술 일환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변, 강선, 제3 장소?

9월 13일 김정은이 방문한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에 대해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 장소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공개된 사진이 강선 단지와 일치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영변 또는 제3의 장소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부국장은 “위성사진을 보면 강선 단지가 2층이나 3층짜리 건물로 보인다”라고 하면서 원심분리기가 1층에 있고 그 위에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부국장은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김정은이 방문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강선 단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미국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 제이콥 보글은 9월 1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이 강선을 방문한 것으로 믿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선복합 시설 확장공사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보이는 이중 지지대와 기둥 지지대, 수직 지지대는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조선중앙통신 사진에 찍힌 것과 같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필자 생각에도 13일 북한 공개시설은 강선 단지가 맞고, 장소는 영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영변 핵시설은 김씨 일가는 물론 고위층들이 접근을 꺼리는 핵 방사능 오염 혐오시설이다. ‘국제PEN 망명북한PEN 센터’에서 발간한 영문 책자에 따르면, 탈북민 증언을 조사한 바,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 단지 자연환경이 방사능에 심히 오염돼서 소위 ‘귀신병’이 만연하다고 한다. 데일리NK나 RFA 등 매체들도 영변, 풍계리, 평산 등지에 군인, 노동자, 주민들이 수명이 짧고 기형아를 출산하고 원인 모를 귀신병을 앓다가 사망한다고 했고, “분위기도 흉흉하고 두려움과 불만이 팽배해 있으며, 충성심과 사기도 저하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고 핵 방사능 오염 풍계리 주민들이 장군님 계시는 수도 평양에 들어가는 걸 막고자, 북한은 이들에게 병원 치료를 위한 여행 허가증조차 발급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공개 사진에서 김정은이 계단을 오르고 농축시설 내부를 돌아다닌 장소가 기피 혐오시설 영변 핵 단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된다. 필자는 북한이 공개한 시설이 강선 단지가 맞는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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