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에서 명문대로 꼽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지방 출신 박사원(우리의 대학원) 졸업생들이 평양에 남기 위해 치열한 뇌물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김책공대 당위원회는 지난 20일 박사원 졸업생들의 올해 추가 배치를 내달 5일까지 최종 마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지방 출신인 올해 박사원 졸업생들은 대학 간부들과 접촉하며 평양에 배치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 남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작년 말부터 김책공대 교원, 연구사로 배치받기 위한 사업(뇌물) 비용이 지속 상승해 현재 1인당 1만 달러(한화 약 1335만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1인당 5000달러로 시작된 지방 출신 박사원 졸업생들의 평양 배치 사업 비용이 올해 초 8000달러로 올랐다가 현재는 1만 달러 이상으로 급등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평양 배치를 원하는 지방 출신 박사원 졸업생들은 대학 당위원회의 이번 추가 배치 마감일 발표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책공대 교원이나 연구사로 배치받아 평양에 남게 되는 것은 힘들게 공부한 박사원 졸업생들에게는 단순한 일자리, 거주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생활과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진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방 출신 김책공대 박사원 졸업생들에게 평양 배치는 성공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라며 “많은 돈을 들여 3년 동안 힘들게 공부했는데 또 마지막 배치에서도 실력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고 비용도 계속 오르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의 일부 간부들은 ‘1만 달러로 평양시민 자격도, 직업도 얻을 수 있는데 그 돈도 없으면 그냥 지방에서 살면 된다’, ‘내년에는 사업 비용이 더 오를 텐데 그때보다 눅은(싼) 돈도 없으면 평양에 떨어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며 비꼬는 말들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정당한 대우나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사례로, 인재 활용에 대한 국가적 재고가 절실해 보인다.
한편, 이번 가을 추가 배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지방 출신 박사원 졸업생들은 지방 공장에 현장 기사 등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보낸 박사원 과정이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셈”며 “학문적 성취보다 경제적 능력이 평양 배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것도 그렇지만, 사업 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것도 지방 출신 박사원 졸업생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북한 내부 일각에서는 국가의 인재 양성 정책과 현실적 괴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1, 2차 배치 때도 돈이 없어 평양시 배치를 포기하고 지방 공장의 현장 기사로 내려간 대상들 속에서는 학문적 성과보다 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현실이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돈을 못 마련해 평양 배치를 포기한 지방 출신 일부 박사원 졸업생들은 ‘실력보다 돈이 우선인 배치 관행은 국가로부터 계속 교양 받아온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나 같은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