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복구 돌격대에 토끼곰 특식 마련” 지시에 여맹원들 불만

혜산시 여맹위원회 당 창건일 정치사업 과제로 제시…"명절에 고기 먹어 본 기억조차 까마득한데"

평안북도 의주군 피해복구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북한 군인 건설자들. /사진=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콰이쇼우(快手) 화면캡처

북한 양강도 혜산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위원회가 최근 ‘수해 복구 돌격대에 보낼 특식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여맹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값비싼 특식 마련 지시에 여맹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혜산시 여맹위원회가 지난 16일 여맹원들에게 피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에게 토끼곰을 보내야 한다며 10월 10일 전까지 2인당 토끼곰 1마리를 바치라는 지시를 각 여맹 초급단체를 통해 포치(지시)했다”고 전했다.

시 여맹위원회는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이번 사업은 다음 달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더 뜻깊게 맞이하기 위한 정치 사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시 여맹위원회는 “토끼곰에 사용할 토끼 한 마리는 3.5kg 이상 돼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작은 토끼로 토끼곰을 대충 만들어 바치지 말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혜산시 여맹원들은 소속 초급단체 내에서 두 명씩 짝을 지어 토끼곰을 바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위연동의 한 여맹원은 “토끼곰을 만들어 바치라는 지시에 따라 집에서 기르던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그나마 집에서 토끼를 길렀으니 망정이지 토끼가 없는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장마당에서 토끼 고기를 사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토끼곰은 북한의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토끼 고기에 찹쌀, 밤, 황기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과거에는 집에서 토끼를 기르는 주민이 많았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은 가정이 많은데다 시장에서 파는 토끼 고기 가격이 비싸 주민들도 웬만해서는 토끼곰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한편 혜산시 여맹위원회가 토끼곰 과제를 내렸다는 소식에 발 빠른 장사꾼들은 토끼 고기 가격을 올려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결과 북한 시장에서 북한 돈 6만원이면 살 수 있던 토끼 고기 한 마리 가격은 현재 최소 6만 2500원에서 7만 5000원까지 가격이 뛴 상태다.

더욱이 토끼곰을 만들 때 쓸 찹쌀 등 부수적인 식재료와 땔감 비용까지 마련하려면 여맹원 1인당 최소 3만 5000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진행하는 정기적인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의하면 지난 15일 기준 혜산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6500원에 거래됐다. 3만 5000원의 부대비용만으로도 쌀 5kg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여맹원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여맹원들은 “명절에 고기를 먹어 본 기억조차 까마득한데 돌격대원들에게 줄 토끼곰을 내라니 어이가 없다”, “맨날 과제만 내라는 기념일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돈이 많이 드는 토끼곰 과제에 불만을 드러내며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버티기에 들어간 여맹원들도 있다”며 “토끼곰 과제를 모아 상부에 제출해야 하는 여맹 초급단체 위원장들만 속앓이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