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만 VIP 대접? 북한 쌍둥이 부모들 뿔났다

세쌍둥이 가정에만 혜택 제공하는 것에 "둘 과 셋이 뭐가 다르냐"며 형평성 문제 제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평양산원에서 547번째로 출생한 세쌍둥이가 만사람의 축복속에 8월 31일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세쌍둥이(삼둥이) 세대와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세대’에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쌍둥이 부모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쌍둥이 부모들은 둘을 키우나 셋을 키우나 아이들을 키우는데 드는 품은 똑같다며 국가가 세쌍둥이들만 치켜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북한은 세쌍둥이가 출생하면 나라가 흥할 징조라면서 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547번째 세쌍둥이가 퇴원했다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북한은 세쌍둥이를 임신한 여성들을 북한 최고의 산부인과 전문 병원으로 꼽히는 평양산원에 입원시켜 출산하게 하고 이후에도 집중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또 세쌍둥이들은 학령 전까지 지역 육아원에서 돌보게 해 부모의 양육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그 외에도 북한 당국은 세쌍둥이 가정에 살림집 우선 배정과 같은 다양한 특별 혜택들을 제공하고, 이를 법률적으로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 이같은 조치는 단태아 가정은 물론 특히 쌍둥이 가정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유발하며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삼지연시의 세쌍둥이 가정은 국가적 조치로 가끔 식량을 무상으로 배급받고 있다. 도·시 당위원회 간부들 역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생활 형편을 들여다보면서 적극적으로 생활상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소식통은 “세쌍둥이 세대에 배급이 내려졌다는 게 소문으로 돌 때면 오롯이 자력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쌍둥이 부모들이 ‘정말 신경질이 난다’며 큰 불만을 드러낸다”며 “이들은 ‘우리는 배급을 탄다는 생각을 잊은 지 오래’라면서 ‘(자식이) 둘 과 셋이 뭐가 다르냐’며 불공평한 조치에 비난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밖에 황해북도 소식통은 “이달 초 도당 책임비서가 공장·기업소 책임일꾼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회주의 보건 제도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며 세쌍둥이 부모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노동과 양육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며 “이는 쌍둥이를 둔 부모들에게 큰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지난 7월 말 있었던 북부 국경 지역의 피해복구를 위해 황해북도 당원연대가 조직될 때도 어느 한 기계공장의 세쌍둥이 아버지는 선발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쌍둥이를 둔 부모들 속에서는 “세쌍둥이만 다자녀인가. 쌍둥이도 엄연히 다자녀다”라는 공분이 터져 나왔다는 전언이다.

이 소식통은 “쌍둥이 세대는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세대주가 사회적 직급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가정을 이끌 능력이 안 되면 아내가 양육 부담은 물론 끼니 해결, 사회적 과제 수행까지 떠안아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칠흑 같은 야밤에 애육원(고아원) 문 앞에 자식 한 명을 몰래 버리고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하시지만 요즘 여성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호박 쓰고 돼지우리(돼지 굴)에 들어가는 우둔한 일로 생각한다”며 “그러니 지금 젊은 사람들은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5차 전국 어머니대회에 이틀 연속 참가하고 최고 지도자로서는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연설을 하면서 출생률 감소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그는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이 다름 아닌 애국’이라며 “다자녀 세대들에 살림집 배정, 식량과 상품공급, 의료봉사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비롯한 국가적 혜택들이 정확히 가닿게 하며 특별보조금도 실지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게 적용하고 여러 방면에서 우대 조치들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