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맞추려 염소젖에 물 타…육아법 집행 형식에 그쳐

부정행위 저지른 목장 사례 통보해 '경고'…"아이들이 제대로 된 염소젖 한잔 못 마시는 게 현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2년 8월 21일 탁아소·유치원에 대한 젖제품(유제품) 공급 정책을 소개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정신’을 부각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남도 당위원회가 유제품(젖제품)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염소젖에 물을 섞은 일부 목장들의 부정행위를 통보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1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도당은 지난 10일 도내 목장들과 젖제품 생산 공장들에 덕천시 탄광지구 탁아유치원 공급소에 보낼 염소젖의 양을 맞추기 위해 일부 염소 목장이 염소젖에 물을 탔다가 공급소 담당자에게 적발된 사례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는 국가의 유제품 공급 정책 집행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정행위를 엄중한 문제로 보고 관련 단위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의 염소 목장들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정상적으로 공급하라’는 육아법(제2조)에 따라 매일 계획분의 유제품 양을 보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수천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당과 국가의 최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며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은 이듬해인 2022년 2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훌륭한 양육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 ‘육아법’을 채택했다.

소식통은 “육아법 채택 초시기에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국가적 지원이 그래도 있었는데, 지금은 목장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자력갱생으로 버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목장들이 젖소나 염소 영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가가 제시한 젖제품 생산 계획은 무조건 달성해야 해 물을 섞어서 공급량을 보장하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염소젖에 물을 섞어 양을 늘리는 방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국가가 젖제품 공급량과 질 보장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이런 방식이 큰 문제로 되고 있다”고 했다.

도당이 경고 차원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일부 목장의 사례를 통보했다는 소식은 현재 평안남도 주민 사회에 대부분 퍼져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염소젖에 물을 타 공급한 목장의 행태에 실망감을 표하고 비난하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원래 그렇지 뭐’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덕천시의 한 주민은 ‘당과 국가가 어린이들에게 매일 젖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원수님(김 위원장)의 사랑을 전하려고 요란하게 굴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염소젖 한잔 마시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진짜 현실’이라며 혀를 찼다”며 “육아법 집행이 형식적인 데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주민들 속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