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9~10월 가을철 위생월간을 맞아 각종 질병의 발생 근원을 차단할 대책으로 소금물 함수(含漱, 입가심)를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고작 소금물 함수냐”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1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양강도 인민위원회 보건국은 내 각 보건성 지시에 따라 도내 기관·기업소, 인민반들에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소금물 함수를 매일 정상적으로 할 것”을 포치했다.
가을철 위생월간 사업은 봄철 위생월간(3~4월)과 더불어 김일성 시대부터 내려오는 정례적 사업이다. 본래 이 사업의 핵심은 거리와 마을, 일터를 깨끗하게 꾸리는 것이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전염병 매개체들의 발생지, 서식지가 되는 장소들을 탐색해 집중적으로 소독, 청소하는 식으로 전염병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전염병 예방을 강조하며 내놓은 소금물 함수 지시에 주민들은 “고작 대책이라는 게 이런 것이냐”며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주민들은 ‘전염병을 (소금물) 함수로 예방할 수 있었다면 코로나 때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겠나’.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도 감기처럼 주사를 맞는다는데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제도에서 사는 우리는 함수가 약인가’라는 등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와 수준 낮은 예방 수칙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혜흥동의 한 주민은 소금물 함수를 정상적으로 하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회람장을 들고 온 인민반장 앞에서 ‘고작 소금물 함수로 전염병을 막는다니 참 희한하다’며 코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북한)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병원이나 약국 대신 으레 장마당의 약 장사꾼이나 동네 의사들을 찾아 나서는데, 그렇게 해도 돈이 없으면 약을 구하거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며 “그러니 국가가 지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계절이 바뀔 때면 면역이 떨어져 병에 걸릴까 걱정돼 민간요법으로 소금물 함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들을 가져다 민간요법을 쓰는 것뿐이고, 소금물 함수 역시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전염병을 예방한다면서 주민들에게 소금물 함수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주민들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앞서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면 기사에서 “이번 위생월간사업의 중심은 폭우와 큰물 등에 의해 파괴되었거나 어지러워진 대상, 겨울철에 대책 할 수 없는 대상들을 빠짐없이 장악하여 새로 꾸리거나 개조하는 것과 함께 전염병 매개체들을 없애기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벌여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