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10호 초소 검열관이 수년간 외부 문물 밀반입 ‘발칵’

기밀 문건 호송 차량으로 USB 등 밀반입해 암시장 내다팔아 돈벌이…기통수 신고로 붙잡혀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도로 위 정차 중인 북한 차량. /사진=데일리NK

지난달 말 평양~남포 구간 길목에 있는 평양시 10호 초소 검열관이 기밀 문건 호송 차량을 이용해 불법물을 몰래 평양으로 반입해 돈벌이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순화강 10호 초소’의 검열관 30대 A 중위는 수년간 기밀 문건 호송 차량을 이용해 불법물을 밀반입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수도경비여단 보위부에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A 중위가 밀반입한 불법물은 북한 당국이 엄격히 금지하는 외국 영상물과 노래가 든 USB와 외국산 MP3 및 MP4, 외국산 신약(양약)들로, A 중위는 이를 암시장에 내다 팔아 상당한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불법 행위는 기밀 문건 호송 차량 기통수의 신고로 드러나게 됐다고 한다. 기통수는 A 중위의 요구에 따라 물건을 차량에 실어 날랐는데, 그가 정기적으로 물건을 실어 보내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부대 보위부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10호 초소의 검열 시스템과 검열관 관리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불순녹화물 유포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통제력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또 외부 문물이 암암리에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수도경비여단 보위부는 A 중위가 밀반입한 불법물들의 출처를 추적하기 위해 우선 해당 기밀 문건 호송 차량의 운행 경로와 날짜, 횟수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남포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한마디로 ‘혁명의 수뇌부’ 수호의 관문을 지키는 초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엄중하게 취급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A 중위는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밀 문건 호송 차량의 기통수는 의심 행위를 신고했다는 점에서 평가되고 있지만, 어찌 됐건 여러 차례 불법물을 실어 날랐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장사를 목적으로 10호 초소를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고정돼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초소 검열관들과의 연결고리가 있어 이번 일로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