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간석지에서 벼 생육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최근 위성사진 분석에서 파악됐다. 안석간석지는 2023년 8월 태풍 카눈과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고, 여의도 면적 2배가 넘는 농경지가 바닷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해안 간석지 개간은 북한이 부족한 경지면적을 늘리기 위해 ‘새땅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총력을 기울여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지난해 공들여 조성했던 안석간석지가 여름 태풍에 의해 제방이 붕괴되고, 바닷물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당시 진노한 김정은이 현지를 급히 방문해서 관계자들을 크게 질책하는 모습이 언론에 사진과 함께 보도됐던 곳이다.
북한은 지난해 피해 이후 안석간석지에서 무너진 제방 약 100m를 복구했고, 침수된 물을 빼낸 다음, 바닷물 소금기를 빼내는 제염작업 등을 거쳐 서둘러 다시 논으로 복구했다. 이어 올봄에 북한이 제염작업 졸속 처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모내기를 실시했는데, 최근 위성사진 분석 결과, 안석간석지 벼 생육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 Landsat-9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활용해서 분석했다. 안석간석지 벼 생육 실태 상세 분석을 위해 위성사진 해상도는 랜샛-9호 자료의 8번 밴드(해상도 15m)를 활용해서 해상도 정합(Resolution Merge) 기법을 적용했고, 기존 30m에서 15m로 개선 처리했다.
◆안석간석지 벼 생육 부실
안석간석지 일대를 8월 28일 촬영한 랜샛-9호 위성사진을 통해 살펴보면, 간석지 좌측 부분에 해안을 따라서 허옇게 논바닥이 드러난 모습이 길게 식별된다. 논이 훼손돼서 흙바닥이 나출된 것인데, 벼가 자라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는 모내기를 못 했거나 벼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외에도 군데군데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 논도 여러 곳 식별된다. 벼 생육이 부실한 논이 검게 보이는 것이다. 벼가 정상 생육하는 논은 연한 녹색으로 구분된다.
간석지 벼 생육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위성사진 식생지수(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분석을 통해 자세히 살펴봤다. 식생지수(NDV) 분석에 따르면, 안석간석지(634ha)에서 61%인 388ha에서 벼가 정상 생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9%인 118ha에서는 경지가 훼손돼서 벼가 자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고, 나머지 20%(128ha)에서는 벼 생육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지가 훼손된 곳은 가을에 벼 소출이 없을 것이고, 생육이 부진한 곳은 수확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 안석간석지 가을 수확은 계획량에 30~40%가 줄어들어 어림잡아 목표치 60~70% 수준에 그칠 것으로 평가된다.
올여름 북한은 북부 국경 일대에서 7월 말 폭우로 압록강 유역 마을이 사라지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수해를 당했는데, 안석간석지 등 중남부 지역에서는 별반 피해가 식별되지 않는다. 미국 농무성(USDA)은 북한 기상과 식생 생육 등 전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신의주 일대 폭우 피해가 올가을 북한 작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농무성은 지난달 22일 ‘2024/2025 북한의 계절별 수확량 전망 및 강우·홍수 관련 분석 보고서(North Korea MY 2024/25 Seasonal Crop Outlook and Excess Rainfall and Flood-Related Analysis)를 통해 올해 북한 작황은 지난해인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평가했다. 2022년보다는 8% 증가할 것이지만, 5년간 평균치보다는 1%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 농무성에서는 올해 9~10월 한반도 기상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비도 잦을 것이라서 가을 기상은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한반도는 청명한 가을 하늘에 벼를 포함해 들판에 곡식이 무르익어 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논에는 고개 숙인 벼가 황금 빛깔을 뽐내며 보기만 해도 배불러지는 풍년을 예고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 시기에 곡물이 영글어 가는 데에는 따가운 가을 햇살이 도움이 된다. 이제 비나 태풍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고, 좋지 않은 기상 예보는 가을 작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가을 한반도에 별다른 피해 없이 태풍 따위가 그저 순조로이 비켜 지나가길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