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운산군 일대에서 금을 찾겠다며 다수의 무덤을 도굴한 일당이 체포된 일이 최근 주민들 사이에 소문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약 1년 동안 20여 기의 무덤을 파헤친 도굴범 3명이 현재 운산군 안전부 예심과 구류장에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말 한 주민의 신고로 체포됐으나, 이 사실은 3개월여가 지난 최근에야 운산군 시내에 파다하게 퍼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3명은 운산군의 사금 채취장에 온 몇몇 타지인들이 금 채취 작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묘지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한 주민이 신고해 군 안전부에 붙잡혔다”며 “군 안전부는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운산군 일대 묘지 도굴 사건의 범인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사실 군 안전부는 1년 전부터 운산군 일대에서 발생한 무덤 도굴 사건의 용의자를 쫓고 있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사금 채취 현장을 중심으로 여기저기로 거처를 자주 옮겨가며 추적을 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 3명은 평안남도 여러 기관에 적을 걸고 있는 이른바 ‘8·3벌이꾼’(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개인적으로 돈벌이하는 사람)들로, 일제강점기 직후 일본인들이 조선 땅을 황급히 떠나면서 채 가지고 가지 못한 금을 무덤에 숨겼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주워듣고 외딴곳에 있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무덤을 표적으로 삼고 도굴 행각을 벌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청명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나 묘를 찾고 평소에는 묘를 찾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도굴이 이뤄져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군 안전부는 도굴범 일당이 이런 실정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 묘지 도굴 사건은 2000년대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사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골동품 밀수가 성행해 도굴이 빈번했지만 2000년대부터는 크게 줄었다”며 “더욱이 도굴범들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숨겨둔 금을 찾으려고 도굴했다고 자백했다는 이야기에 주민들은 별일이라고 어이없어하면서도 일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귀를 쫑긋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군 안전부는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이 허황된 소문을 믿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1년 동안 묘지를 파헤치고 다닌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이들이 자백한 범행 외 추가로 저지른 범행은 없는지와 유언비어의 출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