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옥수수) 수확량 확보를 위해 경비인력을 2배로 증강하라’는 지시에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농장원들 사이에서 “실질적 대책이 아니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농업경영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시내 모든 농장에 야간 경비 인원을 배(倍)로 늘리고, 고정경비 인원까지 지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햇강냉이 가을걷이(추수)에 대비한 조치다.
시 농업경영위원회는 “가을철 곡물 수확량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서 도적으로부터 발생하는 곡물 허실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지자 농장원들은 ‘경비 인원을 늘린다고 강냉이를 훔치는 사람들이 줄어드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농장원은 ‘도적을 만나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치면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누가 제대로 경비를 서겠느냐’며 불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비에 나선 농장원들은 밤에 몰래 옥수수밭에 들어와 허겁지겁 먹는 주민들을 보면 멀찌감치 피하기도 하고, 도둑이 든 것을 알고도 못 본 척하거나 전지(플래시)를 상대가 아닌 자신을 향해 비추는 식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농장의 소출이 높다고 해서 본인들에게 차려지는 몫, 한마디로 가을 분배 몫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농장의 소출과는 상관없이 분배는 그들의 기대에 늘 미치지 못하니 주인의식이 발현될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괜히 옥수수를 지키겠다고 나섰다가 다치거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그럴 일이 없게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또 농장원들이 자기 텃밭 걱정 때문에 농장 경비를 서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소식통은 “‘비둘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말처럼 농장원들은 농장 경비를 서다 가도 본인의 뙈기밭(소토지)을 돌보러 가기도 한다”면서 “농장 밭도 개인 텃밭처럼 경영하면 자연스럽게 소출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제는 국가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통일부가 지난 2월 탈북민 635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소토지 경작 경험자들의 경작 작물은 옥수수(70.3%), 콩(63.5%), 감자(60.1%), 채소(44.0%) 순으로 옥수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령시 주민들이 개인 텃밭에 심는 작물도 대부분 옥수수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