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성사진에서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 수풍댐 수문을 열고 물을 다시 방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압록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수풍호 만수위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수위 조절 차원에서 수문을 열고 호숫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우주청(ESA)에서 운영하는 인공위성 중 레이다 센서를 장착해서 기상에 제약 없이 전천후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센티넬-1호 위성이 있다. 센티넬-1호가 촬영한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영상으로 수풍댐과 신의주 일대 압록강 유역에서 폭우가 발생하기 전후 상황을 되돌아봤다. 큰물 피해 상황을 살펴봄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익숙치 않을 SAR 영상 무료 출처를 소개하고 장단점과 특성을 짧게 고찰해봤다. 우리가 널리 이용하는 광학 위성영상은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는 데 반해, SAR 영상은 날이 어둡거나 흐리거나 주야간 구분 없이 언제든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압록강 수풍댐이 최근 수풍호 물을 다시 방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7월 28일과 29일 폭우 이후 8월 4일까지 일주일여간 420m 길이 수문을 모두 열어놓고 전면 방류하던 모습이 위성사진에 몇 차례 포착된 바 있다. 그로부터 구름이 많고 기상이 불량한 관계로 수풍댐 상황이 식별되지 않다가 8월 7일에야 댐 방류를 멈춘 것이 파악됐다. 지난 8월 15일 일부 수문을 열고 부분 방류하는 모습이 다시 포착된 것이다.
이번 부분 방류는 양강도와 자강도 상류에서 내려오는 압록강 물이 불어나면서 수풍호가 만수위에 가까워졌고, 다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댐 수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풍호 건너편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땅이다. 수풍호와 맞붙은 중국 쪽 기슭에 소형 댐이 있는데, 위성사진에서 폭우로 침수돼서 식별되지 않는다. 물속에 잠긴 소형 댐 너머 뒤쪽으로 에둘러 돌아가는 우회 물길이 생겼다. 7월 말 큰물 피해 당시 생긴 물길이다. 길이는 6km 정도 되는데, 폭우로 수풍호 물이 넘치면서 급류가 중국 랴오닝성 계곡 저지대를 따라 수풍댐을 우회해서 흘렀고, 물길이 하류에서 압록강과 다시 합류하면서 생긴 것이다. 물줄기가 생긴 골짝에는 중국인 마을과 시설들이 있었는데, 급류에 유실 및 훼손 피해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수풍댐 일대 폭우 전후 상황을 SAR 영상으로 살펴봤다. 레이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압록강 물이 불어나면서 강폭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안북도 삭주군 내륙에서 구곡천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물이 압록강을 만나면서 강기슭 일부 꼬리 모양의 육지가 침수된 모습도 흑백 위성사진에서 식별된다.
SAR 영상으로 본 신의주 일대 압록강 유역의 폭우 전후 모습이다. 레이다 위성사진은 흑백으로 표현되는데, 압록강물이나 의주비행장 같이 위성 센서에 지표면 반사파가 적게 감지되는 것은 검은색으로 식별된다. 위화도가 폭우 당시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갈라지면서 급류로 생긴 흙탕물 줄기가 검은 세류 형태로 뚜렷이 구분된다. 김정은이 당시 열차로 방문한 지점도 위치가 확인된다.
SAR 영상은 인공위성에서 지상으로 레이다 파를 쏴서 지표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자파 빔을 위성 센서에서 감지하고 그 세기를 수치로 기록한 것이다. 자료는 유럽우주청(ESA)에서 운영하는 웹 브라우저(Copernicus Browser)에 들어가서 회원가입 후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촬영 주기는 12일 간격이라 다소 긴 편이다. SAR 위성사진은 지표물이 흑백으로 구현되며, 날씨가 흐렸거나 구름에 가렸거나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장점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광학 위성사진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자연의 컬러 색상을 구현할 수 있지만, 기상의 영향을 받아서 태양 빛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SAR 데이타는 지표면의 거칠고 부드러운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서 위성사진을 이해하는 데에 다소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표면이 거친 것은 반사율이 높아서 밝게 보이고, 호숫물같이 평활한 표면은 반사율이 낮아서 검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수풍호와 압록강 물은 표면 반사율이 낮아서 어둡게 나타난다.
SAR 위성의 역사는 1970년대부터 시작돼서 광학 위성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갖는다. SAR 데이터는 지표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에 전문 기술이 요구되고 난해한 면이 있어서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SAR 자료는 단독으로 이용되기보다 광학 영상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돼왔다. 위성사진 판독 및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담당관들에게 SAR 영상은 생산되는 정보가 빈약하고 활용이 불편한 관계로 지금껏 계륵(鷄肋)과 같이 기피 대상 천덕꾸러기로 외면받아 온 게 사실이지만, 중요한 지구관측 위성 자산인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 군에서는 올해 4월 8일 SAR 센서를 장착한 정찰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서 우주 궤도에 정상 진입시켰다. 앞으로도 SAR 정찰위성 4기 운용을 목표로 우리 군은 3기의 SAR 위성 추가발사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대북 감시 및 정찰 능력을 한층 강화할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우주 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위성 및 관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