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인들과 싸움을 벌이다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러시아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건설일을 하는 북한 노동자 3명이 현지 식당을 찾았다가 현지 러시아인들과 시비가 붙었다.
이들은 10명 이하의 비교적 소규모 단위로 생활하며 건설일을 하는 군인 노동자들로, 이날 작업을 마치고 저녁 식사 겸 술 한잔을 하기 위해 현지 식당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파견 연차가 오래되고, 소규모 단위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은 작업이 빨리 끝나는 날이면 간혹 현지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이날 간만에 작업이 일찍 끝나 근처 식당을 찾은 것인데,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40분이 지나도록 러시아인 종업원들은 이들의 주문을 받지 않았다.
러시아인 종업원들은 현지인 손님들과는 웃으며 대화하고 즉각 주문을 받으면서도 북한 노동자들의 부름에는 반응하지 않았고, 심지어 종업원들의 눈앞에서 손짓해도 못 본척하며 의도적으로 이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화가 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종업원들에게 “왜 인종차별을 하느냐”,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 “왜 우리만 주문을 안 받느냐”며 러시아어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인 종업원들은 처음에 “먼저 온 다른 손님 주문을 받고 그 다음에 (북한 노동자들의) 주문을 받으려 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 노동자 3명이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며 따지고 들자 러시아인 종업원들은 “돈 벌러 왔으면 일이나 하고 갈 것이지 왜 남의 나라에 와서 행패질을 하느냐”며 “당장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막말을 내뱉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식당에 있던 다른 러시아인들까지 합세했고 결국 감정이 격해진 북한 노동자들과 러시아인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은 러시아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진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러시아인들이 북한 사람들을 얕보고 무시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과 러시아인들 간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힘이 밀릴 경우 주변 물건까지 집어 던지며 싸우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집기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 경찰에 입건된 북한 노동자들은 약 20만 루블(한화 약 293만원)을 보석금으로 내고 나서야 풀려났다는 전언이다.
이후 노동자들이 소속된 북한 무역회사는 이들을 혁명화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회사는 문제를 일으킨 노동자들을 제일 힘든 작업장인 콘크리트 타설장에 보냈다”며 “노동자들은 보석금으로 지불한 돈을 개별적으로 변상하기 위해 앞으로 당분간 무급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