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혜산시 안전부가 외화상점에서 한국 의류가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상점에 대한 불시 검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16일 혜산시 안전부 안전원들이 외화상점을 불시에 들이쳐 문을 닫아걸고 몇 시간 동안 상점 안의 물건들을 검열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이번 검열은 외화상점에서 괴뢰한국 의류가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이 안전원들에게 통보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장보다 품질이 높고 가격이 비싼 고급 상품들이 판매되는 혜산시 외화상점의 주 이용객은 ‘돈주’라 불리는 신흥 부유층들로, 이들은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상점에 주문하고 상점에 제품이 들어오면 구매해 입는다.
이들이 주문하는 옷들은 대체로 한국산 제품인데, 코로나19 전에는 한국산 제품이 국경 밀수를 통해 북한에 반입돼 암암리에 거래됐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밀수가 막히면서 한국산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돈주들은 외화상점 판매원들에게 한국산 제품을 주문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산 제품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단속의 수위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산 제품 수요가 여전히 높아 외화상점 판매원들은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국산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세관을 통해 직접 물건을 들여와 판매까지 하는 외화상점 판매원들이 올해는 돈주들로부터 한국산 의류 주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주문수가 워낙 많은데다 다른 옷을 팔 때보다 보다 수익이 크니 판매원들은 세관을 통과할 방법을 모색해 한국산 의류를 몰래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외화상점 판매원들은 중국의 업자들을 통해 가슴띠(브래지어) 등 속옷부터 겉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산 의류를 구하고, 상표와 태그를 중국 것으로 바꿔 중국산으로 보이게끔 처리한 뒤 세관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한두 벌씩만 들여가다가 세관에서 무사히 통과하자 점차 의류의 종류와 개수를 늘려 중국산 의류와 함께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다 한국산 의류가 수입된다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안전원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됐고 그렇게 해서 검열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혜산시 안전부 안전원들은 검열에서 외화상점에 진열된 수입 의류가 한국산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안전원들은 ‘우리식(북한식)에 맞지 않는, 고상하지 못한 제품들’이라고 지적하며 상점에서 1000위안의 뇌물을 받아갔다고 한다.
소식통은 “상점도 안전원들의 눈 밖에 나면 괜한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뇌물을 고일(바칠) 수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갈수록 다양한 수법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질 뿐 실질적인 효과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