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여행 계획했던 北 돈주들, 폭우에 급히 일정 변경

도로 곳곳 파괴되면서 이동 어려워져…발급기관 일꾼들에 뇌물 주고 여행증명서 기간 연장

2013년 8월 함경남도 함흥시 마전유원지 해수욕장을 찾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여름휴가로 해안가 여행을 계획했던 북한의 일부 돈주들이 최근 이어진 장마로 인해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급히 일정을 변경하고 여행증명서 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의 돈 많은 사람들은 이름있는 해수욕장들에 여행 갈 계획을 하다가 장마철 폭우로 인해 도로가 파괴되고 길이 막히는 등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자 일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북한 돈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름 휴가지는 해수욕장으로, 실제 앞서 청진시에서 손에 꼽히는 돈주들은 가장 무더운 기간인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사이에 함흥시 마전 해수욕장이나 강원도 원산시 송도원 해수욕장 등 유명 해수욕장들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다.

과거에는 여름휴가로 해수욕장에 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마치 경쟁하듯 여름 가족 여행으로 유명 해수욕장을 찾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생활난에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일반 주민들은 여름휴가는커녕 여행을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데 돈주들은 이제 돈 버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추세라는 것이다.

올해도 돈주들이 무더운 여름을 해변에서 보내기 위해 각자 선호하는 해수욕장으로 향하려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지역 인민위원회 2부에서 발급하는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행 계획이 있으면 미리미리 여행증명서를 신청해 발급받는 것이 필수적인 준비 사항이다.

본래 여행증명서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친척의 결혼이나 사망 등 경조사가 있을 때 주민 이동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의미에서 발급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뇌물을 쓰면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장마철 폭우로 인해 돈주들의 여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차량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도로가 파괴되고 바닷물도 맑지 않아 해수욕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돈주들은 저마다 발급기관 일꾼들에게 뇌물을 주고서라도 여행증명서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돈주들은 장마가 지나고 파괴된 도로 보수가 끝나면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북한)에서는 여행을 하려면 너무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해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닌 데 장마철 폭우로 인해 여행 일정이 미뤄지면 또 그에 따라 돈을 써야 하니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