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폭우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북한 북부 국경 지역은 물론 황해남도와 강원도 등에도 수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 물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했던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지역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쌀, 옥수수, 의약품, 담요 등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 물자가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지역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소식통은 “전국에서 침수 지역에 보내는 지원 물자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식량이나 의복, 의약품 같은 물자들은 원수님(김 위원장)이 가신 신의주와 의주에 쏠리고 있다”며 “신의주와 의주에는 평양의 백화점을 비롯한 공장 기업소 그리고 힘 있는 단체들이 보낸 질 좋은 물건들이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총비서 동지(김 위원장)께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홍수) 피해 현장을 돌아보셨다는 보도가 전해진 때로부터 수도 평양은 물론 전국 각지의 일터와 가정에서 지원 물자를 마련해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며 지원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다만 이런 지원 물자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찾은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의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마찬가지로 폭우 피해가 심각한 다른 지역의 농촌이나 산골에는 지원 물자는커녕 수해 복구를 위한 병력도 파견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개천 탄광지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달 27일 집이 침수되면서 현재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식량과 옷가지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폭우에 집이 물에 잠기고 목숨만 간신히 부지한 탄광지구의 이재민들은 평양 등 대도시에서 지원 사업이 한창이라는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소식통은 “넓은 지역에 범람한 강물이 차오르는 것보다 산골짜기를 따라 급격하게 내려오는 큰물 피해가 더 무섭다”며 “신의주나 의주 주민들도 피해가 크겠지만 산골 마을에서는 산사태까지 일어나 목숨을 겨우 건진 세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식량도 부족하고 옷가지도 계속 젖어 있어 지원이 절실한데 특정 지역에만 지원이 계속되고 있으니 주민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북한 주민들은 이번 피해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으로 평안북도와 자강도 책임비서, 사회안전상이 교체된 데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간부들의 잘잘못을 따져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당장 식량이 부족하고 잘 곳이 없어 헤매는 주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책임자 경질이나 교체를 우선적인 대책으로 내세울수록 간부들은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가는 이재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식량 공급도 제대로 안 주면서 침수 위험 지역으로 뛰어간 원수님의 사랑에 대한 찬양만 주구장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