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원 나선 여맹원들 포상이 ‘자부담’ 평양 견학?

평양, 백두산 등 견학에 30만원 사비로 내야…견학 추천 대상서 제외해달라 요청하는 상황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10일 여맹일꾼들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참가자들이 평양 전위거리 건설장과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에 지원물자를 제공한 사실을 조명하며 애국심을 독려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각종 건설에 지원하고 나선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명소 견학을 기획했지만, 오히려 여맹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선천군 당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지방 공장, 살림집, 부업지 건설 등에 동원된 여맹원들을 대상으로 당적 포상의 기회를 마련했다. 군당에서 계획한 당적 포상은 평양 및 묘향산·백두산·구월산 등 명소 견학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런 견학을 여맹원들이 사비로 가야 한다는 데 있었다. 여기에는 최소 북한 돈 30만원(미화 약 20달러)이 필요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여맹원들이 견학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 여맹원은 부업지에 동원돼 세 벌 김매기를 끝내고 해안방조제 보수공사에까지 동원돼 뼈 빠지게 일 했는데, 포상을 준다면서 자기 돈을 이렇게나 많이 들여 견학을 가라니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상반기 내내 각종 건설 사업에 돈을 들여 지원 물자를 마련하고 무임 노동까지 했는데 포상이라면서 견학 비용을 자부담하게 하는 것은 여맹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여맹원들 사이에 새어 나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양 견학 일정은 단순히 자연경관을 구경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금수산태양궁전, 대성산혁명열사릉 등을 참배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어 여맹원들은 “여기서 절하는 것도 모자라 찾아다니면서까지 머리 숙여 절하고 찬양해야 하느냐”는 거친 불만도 쏟아냈다고 한다.

또 여맹원들은 평양 시내 백화점이나 옥류관, 화성지구 살림집 등을 견학하는 일정에 대해서도 “지방에 사는 우리 처지와 비교돼 속만 상한다”는 푸념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여맹원들의 불만의 화살은 견학을 조직한 군당을 넘어 북한 당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이후 북한 당국이 가두여성(전업주부)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여맹원들이 힘든 건설장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도록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대회 이후 북한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씀’을 관철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여맹원들을 건설장에 동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보다 여맹원들에 대한 포치(지시) 사업과 노력 동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군당에서도 이런 실정에 여맹원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견학을 조직한 것이겠으나 포상 견학을 자기 돈을 들여 가라고 하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