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평안남도 신양군의 한 공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접한 20대 여성 3명에 대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3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양수출피복공장의 20대 여종업원 3명이 지난달 초 중국산 노트컴(노트북)으로 한국 영상물을 접한 것으로 단속돼 체포됐고, 이달 2일에는 공장 회관에서 열린 사상투쟁회의에 회부됐다.
이날 회의 집행자로 나선 신양군 안전부장은 해당 여종업원들이 야간교대를 마친 후 낮시간을 이용해 산나물 채취를 구실로 산에 올라가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노래와 춤 등을 따라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군 안전부장은 이들이 공식 통로(세관)로 수입된 것이 아닌 밀수한 전자기기로 한국 영상물을 봤다면서 인터넷 봉인(차단)이 안 된 전자기기을 사용한 것 자체가 엄중한 반역 및 반동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이들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 대해서도 언급됐는데, 신고자가 비판 대상이 된 한 여종업원의 모친 리모 씨(가명)로 밝혀져 회의 참가자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딸이 한국 드라마를 한 달에 족히 3번은 봤고, 드라마를 본 날에는 하루 종일 드라마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으며, 야간 근무를 마치면 동료들과 모여 가족들의 눈도 피해 가면서 한국 노래를 부르고 춤도 췄다는 등 비교적 상세하게 고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군 안전부장은 회의에서 “썩어빠진 자본주의 문화에 심취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타락돼 가는 자기 딸과 청년들을 살리려고 노력한 리 씨의 공로를 수사에 참작한다. 리 씨의 행동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6조에 따른 가장 모범적인 사례이며 이렇게 자진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엄청난 큰 벌금이 떨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6조(가정교양과 통제)는 ‘부모는 자녀들이 불순 출판선전물을 시청, 유포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부모의 자녀 교양 의무를 담고 있다.
또 동법 제37조(위법 행위를 저지른 공민에 대한 벌금 처벌)는 ‘자녀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무책임하게 해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되게 한 경우 10~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고자가 다름 아닌 모친이라는 말에 공장 종업원들은 깜짝 놀라면서 “정말 영리하지 못하다. 누구나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왜 신고를 하느냐”, “신고자의 딸만 감형받는다면 다른 종업원들은 억울한 것 아니냐”며 수군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리 씨는 딸의 반복되는 한국 드라마 시청에 지레 겁을 먹고 밀고한 것”이라며 “나이 많은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자기 자식을 신고하기까지 그 마음이 오죽했겠느냐는 동정 여론도 일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여종업원 3명에 대한 처벌 선고나 형량이 공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여전히 안전부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7조(괴뢰사상문화전파죄)가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 녹화물 시청·유포 행위에 대해 최소 5년 최대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데다 처벌 수위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 중형을 선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