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7월과 8월이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향해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 이 기간 유명한 산이나 계곡, 바다에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여름휴가는 단순히 피서의 개념을 넘어 재충전의 시간으로도 쓰인다. 제주도 등 국내 여행 물론 해외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리프레시’하면서 지쳤던 삶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여름휴가가 일상적이지만, 3·8선 너머 북한 주민들에게 여름휴가는 사치나 다름없다. 북한 주민들은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틈도 없이 생계를 위해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한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자강도 산골 지역에 사는 40대 남성 김모 씨에게 직접 들어봤다.
-한국에는 7~8월을 여름휴가 시기로 보내는 문화가 있는데.
김 씨: “여기(북한)는 특별히 그런 문화는 없다. 주민 대부분은 여름철에도 일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산골과 농촌에서는 여름이 농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라 휴가는커녕 휴식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여름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면 연중 가장 더운 7월과 8월은 주로 어떻게 보내나?
김 씨: “7월과 8월은 장마철이라 농작물 비배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장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농장에 총동원돼 물길을 정비하고 배수로를 점검하는 등 바쁘다. 내 뙈기밭(개인 소토지)도 돌봐야 한다. 더위가 심할 때는 집에서 12볼트 꼬마(미니) 선풍기로 바람을 쐬는 게 전부다.”
-장마철이라 오히려 더 긴장된 시기인 건가?
김 씨: “그렇다. 장마철에는 아무래도 큰물(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서 항상 대비해야 한다. 장마 피해로 보는 식량 문제도 심각하다. 나와 내 가족의 먹는 문제는 내가 책임져야 하니 더 중요하다. 그래도 아직 산골에는 개인 뙈기밭(소토지)에 일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도와주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꼬마 선풍기를 쐬는 것 말고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김 씨: “강이나 산골짜기 물에서 더위를 식히는 경우도 있지만 장마나 큰물이 겹치는 위험한 계절이다 보니 대부분 집이나 그늘을 찾아다닌다. 전기가 잘 안 들어오니 가정용 교류형식의 큰 선풍기는 많이 쓸 수 없어 해가 떨어지면 마당 앞이나 그늘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땅속에서 나오는 찬 샘물을 뜨거나 동네에 잘 사는 집에서 얼음을 한 바가지씩 받아다 한 주일에 두어 번 정도 오이냉국을 먹으며 더위를 달랜다.”
-북한에 여름휴가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김 씨: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배고프지 않게 아이들을 먹이는 게 우선이다. 개인 밭을 일궈서 사는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일해야 하고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고 국가적인 휴가 제도도 특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쉰다는 것은 배가 부른 다음에야 나오는 말인데 지금 우리 여기 실정에는 잘 안 맞다.”
-북한 주민들에게 여름은 여러모로 혹독한 계절인 것 같다.
김 씨: “국가적 동원이 제일 많은 여름이 가장 힘들다. 하지만 우리 모두 먹고살기 위해 이악하게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도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