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국경 지역 보위부들이 도청을 통한 주민 감시와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시 보위부가 주민들이 사용하는 손전화(휴대전화)와 집 전화에 대한 도청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에 신의주시에서 보위부의 도청에 걸려 단속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보위국은 이전에 40대 정도의 도청기를 운용했으나, 최근에는 20대를 더 늘려 60여 대 이상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외부정보 유입, 내부정보 유출 등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활동을 전면 차단·단속하기 위해 도구를 보강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신의주시 보위부는 탈북민 가족, 외부와의 접촉이 잦은 송금 브로커, 전과자 등 주요 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대상들을 중심으로 도청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도청은 이전부터 지속돼 단속에 걸리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도청기 수가 더 늘어나서인지 체포되는 주민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신의주시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2명이 도청에 걸려 단속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가운데 1명은 50대 송금 브로커로, 지난 11일 체포돼 현재 구류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송금 브로커는 10일 저녁 돈을 전달해 주기 위해 탈북민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탈북민 가족이 처음 상대하는 그를 보위부 밀정으로 의심해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이에 송금 브로커는 다시 전화를 걸어 제3국에 있는 탈북민의 목소리까지 들려주면서 탈북민 가족들을 겨우 안심시켰고, 다음날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날 돈을 전달해주기 위해 나선 송금 브로커 앞에 보위원들이 떡하니 나타났고, 이들은 곧바로 그를 체포해 보위부로 끌고 갔다. 이 과정에 보위원들은 송금 브로커가 소지하고 있던 중국 돈 1만 5000위안(한화 약 285만원)을 몰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에 알려진 바로 보위원들은 체포 당시 송금 브로커가 탈북민 가족과 나눈 전화상의 이야기를 그대로 언급했다고 한다. 보위원들이 도청기로 모든 통화 내용을 다 엿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송금 브로커는 통화 내용이 도청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탈북민 가족들이 그를 의심하는 통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최근 보위부의 도청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일부 주민들의 뒷배를 봐주는 보위원들이 ‘보위부가 도청기를 추가로 들여놔 도청이 강화되고 있으니 걸리지 않게 주의하라’는 귀띔을 줬다”면서 “이것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원래도 전화상 발언에 신중했던 주민들이 더욱 말을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런 소문을 들은 일부 주민들은 ‘그런 거(도청기)를 들여오는 데 쓸 돈이면 죽도 없어 배를 곯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겠다’, ‘차라리 변을 당할 바에는 전화기가 없는 게 낫겠다’, ‘보이지 않는 철창을 겹겹이 치고 숨쉬기도 불편하게 만든다’는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