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6월 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한 밀·보리·감자가 7월 초부터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다 수입 곡물이 풀린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 결과, 지난 21일 기준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의 시장에서 쌀 1kg은 각각 북한 돈 5730원, 5740원, 6300원에 거래돼 세 지역에서 모두 지난 조사 때보다 3%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의 경우 2주 전인 지난 7일 조사 당시 가격(5930원)과 비교할 때 3.4% 떨어졌으며 신의주도 이와 비슷한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지역 중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은 혜산이었다. 혜산의 쌀 가격은 지난 조사 때(6700원)보다 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혜산의 경우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곡물량이 적기 때문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량이 시장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쌀 가격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졌던 혜산 지역의 쌀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2배 가까이 떨어진 것은 중국에서 들어온 수입 곡물이 시장에 공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양이나 신의주 등 다른 지역 역시 중국에서 수입된 곡물량이 많아지면서 시장 쌀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 시장의 강냉이(옥수수)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북한 돈 2500원에 거래됐다. 앞서 7일 조사 때 옥수수 가격(3100원)과 비교해보면 2주 만에 19.4%가 하락한 것이다.
신의주와 혜산 시장의 옥수수 가격도 평양보다는 하락폭이 작았지만,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21일 기준 신의주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2530원으로 2주 전보다 16.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밀·보리·감자 등 대체 곡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고,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수입된 곡물이 시장에 풀린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하순에도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2주 만에 21.8%까지 떨어진 바 있다.
2022년은 작황이 좋지 않았던 해라 대체 곡물 수확에도 시장의 옥수수 가격 하락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대체로 7월 중하순경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7월 초부터 시장에 밀·보리·감자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올해는 밀 생산량이 다소 증가하면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체 곡물량이 예년보다 조금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소장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1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인민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겠다”고 밝힌 이후 당국이 밀·보리 재배지 확대에 나서면서 평안도의 경우 전체 농업지의 1.7% 수준이었던 밀·보리 재배 면적이 10%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1일 보도에서 “황해남도에 전례 없는 밀, 보리 풍작이 들었다”며 “지난해보다 정보당 1.5% 이상의 알곡을 증수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밀 풍작’을 선전하기도 했다.
한편, 21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밀가루 1kg의 가격은 북한 돈 1만 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13%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북한 내에서 생산된 밀가루가 시장 가격 하락을 견인할 만큼 많은 양은 아니어서 이 같은 밀가루 가격 하락은 러시아산 밀가루 수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