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관 ‘딸보’ 속에 SD카드 숨겨져 들어오고 있다며 검열

평안북도 무역기관들에 중앙당 검열 붙어…"연이어 검열만 하니 사업하기 너무 어렵다" 토로

이달 초 압록강철교(중국명 중조우의교)를 통해 화물 트럭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평안북도 무역기관들에 대한 중앙당의 강도 높은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5월부터 진행됐던 보위부 집중 검열이 끝나자마자 최근 중앙당 검열이 시작돼 도내 무역기관들의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무역기관들은 코로나 이전처럼 무역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연이어 검열만 하니 사업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는 신의주시를 비롯해 의주·벽동·삭주·창성군 등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국경 지역을 끼고 있어 외화벌이 사업 단위도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리적 특성상 무역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밀수도 활발해 북한 당국은 무역 검열을 실시할 때 평안북도 지역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중앙당 검열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개인 밀수 짐 즉, ‘딸보’에 대한 검열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딸보’는 ‘딸려오는 보따리’라는 뜻의 북한식 표현으로, 국가의 사전 허가를 받고 들여오는 수입품 사이에 무역일꾼이나 무역기관이 개별적으로 들여오는 개인 밀수 짐을 말한다.

중앙당은 앞서 이런 ‘딸보’ 속에 국가가 경계하는 중국 휴대전화나 유심칩 또는 불법 영상물이 담긴 SD카드 등이 딸려 오고 있다며 이런 요소를 타파하기 위해 검열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단위에서 들여오는 짐 속에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기나 콘텐츠가 숨겨져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무역기관들이 국가 승인을 받은 물건들만 들여와서는 돈을 벌기 어렵고 국가 계획분도 바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이 요구하는 물건도 몰래 들여와야 한다”며 “이런 사정으로 밀수 짐을 들여오는 것인데 이번 검열로 딸보 자체가 몰수된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번 중앙당 검열로 인해 개인 밀수 짐을 들여왔던 무역기관들은 밀수품을 몰수당한 것도 모자라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무역일꾼들 사이에서는 이번 검열이 밀수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당국이 필요한 물자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중앙당 검열 성원들은 고급 건설자재나 설비 등에 대한 수입 과정을 문제 삼고 이를 몰수하는 일이 많은데, 이를 두고 ‘검열 성원들도 상부에 납부해야 하는 물품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고급 자재 수입에 대한 검열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검열 성원들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심 사업에 들어가는 건설자재나 물자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검열을 기회 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그만큼 이번 검열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