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외국 국적 이탈자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라’는 한국의 권고를 거부하며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피력했다.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데일리NK는 최근 수일에 걸쳐 중국 현지 소식통을 통해 중국에 살고 있는 30명의 탈북민 여성들과 여러 형태로 접촉했다. 얼마 전 중국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4차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 권고 답변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탈북민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탈북민은 보호 대상이 아닌 불법 체류자로서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중국 당국의 태도에 탈북민들은 극단적 선택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암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독약 준비해야겠다”
이번에 접촉한 30명의 탈북민 여성 중 20명은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강제송환 가능성이 상존하자 “독약을 준비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송될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또 그중 7명은 “평상시에도 독약을 몸에 지니고 다니겠다”면서 언제 붙잡혀 북송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에 되돌려보내져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 바에야 차라리 중국에서 무주고혼(無主孤魂)이 되겠다는 것이다.
“죽더라도 한국에 가겠다”
아울러 본보와 접촉한 탈북민 여성 30명 중 26명은 “이제 죽더라도 한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더 이상 중국에서 안전하게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붙잡히더라도 한국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특히 중국 임시 국적 취득에 희망을 품었던 일부 20대 탈북민 여성들은 “탈북민을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범죄자로 생각하는 중국 당국이 임시로 국적을 줄 리 만무하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국제사회 관심과 지원 절실”
지난해 말 대규모 강제송환이 이뤄진 이후로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려왔다는 30명의 탈북민 여성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에 우리의 처지를 다시금 뼈저리게 깨달았고, 절망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UPR 권고 답변서 내용이 국내외 신문과 방송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에게도 빠르게 퍼지면서 불안감과 공포가 한층 더 증폭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30명의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은 이번 중국의 답변에 ‘조선(북한) 사람으로 태어난 게 한(恨)’이라며 깊은 절망과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한국에 가다 붙잡혀 북송될 상황에 처한다면 그 자리에서 죽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급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1월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중국 대상 UPR에서 ‘북한을 포함한 외국 국적 이탈자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중국은 최근 내놓은 답변서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에 불법 입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권고를 거부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중국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과 같은 국제규범을 존중하라’는 한국의 권고에도 “수용하며 이행 중에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적용될 대상이 아니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