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함경북도 경원군에서 당·근로단체 조직 주도로 선전 영화 상영회가 진행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조는 주민들이 태반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원군 소재 탄광연합기업소 문화회관에서 기업소 당위원회 주최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또 경원군의 하면 노동자구와 읍 문화회관에서도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조직이 나서 여맹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상영된 영화는 1982년에 제작된 ‘종군 기자의 수기’로, 6·25전쟁 당시 인민군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북한에서 이 영화는 전쟁군사물 영화 창작에서 새로운 진전을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40년 전에 제작된 영화인 데다 주민들이 이미 대사까지 다 외웠을 정도로 여러 차례 본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미 수없이 본 영화라 그런지 영화를 보는 사람보다 조는 사람이 태반이어서 가관이었다”며 “이전에도 (영화를 보다) 몇 명이 조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날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고 했다.
영화 상영회를 지도하던 기업소 당위원회 일꾼도 내부가 어둡다 보니 누가 졸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통제할 수 없어 퍽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한편, 영화 상영회가 있고 난 뒤에는 감상 토론회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감상 토론회에서 기업소 당위원회 일꾼은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당의 지시와 혁명 과업 수행을 위해 목숨도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후에 매 사람을 다 토론에 참가시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당이 준 과업을 목숨을 바쳐서라도 무조건 집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충성 결의를 요구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 주민은 “목숨 바쳐 혁명 과업을 수행하면 우리 애들은 누가 키워주나”라면서 “이제는 목숨 바치라는 소리가 정말 듣기 싫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노동자구나 읍 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영화 상영회의 경우에는 주민들이 관람료 명목으로 (북한 돈) 1200원씩 내야 해 더욱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대사까지 다 암송한 영화들을 돈 내고 보자니 어이가 없다’, ‘이제는 정치 학습도 돈 내고 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