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에 나선 군인 건설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후방물자 지원 과제를 근로단체 조직별로 하달해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벌이도 어려워 숨 가쁘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끊이지 않는 세외부담은 의욕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요즘 회령시 주민들은 124연대를 지원하기 위해 버버리장갑(작업장갑), 두부 1모, 돼지고기 500g, 삽, 미장 칼, 100㎜ 못 1000개 등 20가지가 넘는 물자를 내라는 요구에 달달 볶이고 있다”고 전했다.
124연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발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해 조직된 인민군 건설연대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를 계기로 북한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경제난을 겪는 세대들이 크게 늘어났다.
지방공장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을 지원할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은 조선직업총동맹(직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등 당 외곽기구인 근로단체 조직을 동원해 지원 명목의 세외부담을 지속 내리고 있어 내적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끼니 걱정을 달고 사는 전업주부 여맹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생활이 어려워 두부도 집에 손님이 올 때나 사 먹고 돼지고기는 설날에나 사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 후방물자 지원으로 내라니 말이 되느냐’며 공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돼지고기도 예전엔 인민군 명절 때 정도만, 그러니까 1년에 한 번 정도 냈는데 지금은 거의 매달 바쳐야 하는 수준이라 숨이 꺽꺽 막힌다는 아우성도 터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세외부담 과제로 하달된 물자를 실물로 내지 못할 때는 물자별 시장가격에 따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금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6500원, 옥수수 1kg은 3400원, 돼지고기 1kg는 1만 7000원”이라면서 “물가가 올라 일반 백성들의 삶은 고달픔의 연속인데, 이런 열악한 실정에 부과되는 세외부담은 그 자체가 또 다른 고역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실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대신 정치사상 교양 강화를 내세워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인민 생활 향상이라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 인민적인 정책이며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이민위천·위민헌신’ 정신이 깃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책의 핵심인 지방공장 건설을 위해 애쓰는 군인들을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 같은 정치사상 교양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지친 마음을 보듬을 수 없다”면서 “여러 형식으로 선전선동을 펼치지만, 주민들의 의식 깊은 곳에 뿌리 박힌 ‘내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은 지구가 깨진다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