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열대야에 시달리는 평양의 뜨거운 여름밤

이상기온과 기후변화 탓인지 지구가 나날이 뜨거워진다. 최근 기온이 52도에 육박하고 인도 및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백 명을 넘어 수천여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한반도에는 6월임에도 불구, 열대야가 시작돼서 때 이른 불가마가 됐다는 기사가 나온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덥다는 올해 6월이다.

북녘땅 평양의 무더위 상황은 어떤지 위성영상으로 기온을 분석하고 구역별 가상의 열대야 분포 현황을 살펴봤다.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랜샛-8호 위성이 촬영한 열적외선 자료를 이용했다.

분석 결과, 평양시 면적 15% 되는 구간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숲이 많은 강동군 외곽은 지열이 낮게 감지되는 반면, 도심 건물 밀집 지역과 나대지 등 개활지는 지표 온도가 유난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 숲을 많이 가꿔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열적외선 자료 분석을 통해 작성한 평양시 구역별 가상 열대야 분포도이다. 숲이 많은 산 능선은 지열이 낮고, 도심 건물 밀집 지역과 나대지는 고열을 발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랜샛-8 TIR

지난 6월 17일 오전 11시경 촬영한 랜샛-8호 열적외선 영상(해상도 100m)을 분석해서 평양 기온과 열대야 분포 현황을 살펴봤다. 당시 평양은 평균 기온이 27도이며, 최저 17도에서 최고 38도까지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열대야 현상 분석을 위한 가설은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열대야의 기준은 한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일컫는다. 서울을 예로 들면(6월 18일 기준), 한밤 최저기온이 새벽 4~6시에 24도였고, 위성 촬영 시간대인 오전 11시경 기온은 30도로 6도 차이가 있었다. 계절마다, 월별 그리고 일자 간에도 일정하지는 않지만, 한밤 최저기온과 오전 11시에 6도 차이가 있는 것을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했다. 6도 기온 차이를 감안해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열대야 기준)인 날 오전 11시는 기온이 31도 이상이 될 것이라는 산술적 계산 가설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17일 오전 11시 평양 기온 분포도에서 31~38도 지역은 야간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가정했다. 열 센서를 장착한 랜샛 위성은 오전 11시경에 촬영하며, 야간 시간대 촬영이 가능한 열적외선 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낮 시간 촬영 자료를 바탕으로 가설에 따라 열대야 분석을 시도했다. 평양 기온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31~38도 지역을 열대야 구간으로 간주해서 붉은색으로 나타냈고, 나머지 기온은 2도 간격으로 색상을 달리해서 컬러 그림에 나타낸 것이다.

열대야 가상분포도를 보면, 김일성광장이 있는 중구역을 중심으로 만경대구역 등 도심 건물이 밀집된 핵심구역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곽에는 사동구역, 역포구역, 삼석구역과 강남군, 강동군에서 빨간색 열대야 구간이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외 구역에서도 고온의 열대야가 산재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6월 18일 촬영한 열적외선 자료를 이용해서 서울 기온과 열대야 현상도 아울러 분석해 보았다. 서울 분석 결과는 칼럼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당일 오전 11시 서울은 평균 기온이 30도이고, 최저는 19도, 최고는 40도까지 이르는 찌는 듯한 날씨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이 평양보다 위도가 낮고 적도에 가까워서 그런지 훨씬 무더운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시 면적(17만 4770ha)은 서울시(6만 521ha) 2.9배에 달한다. 평양이 서울보다 3배나 넓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이 위도가 높아서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은 낮지만, 실제 체감기온은 북한이 훨씬 무덥다고 한다. 북한 사회에 냉방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한에서는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가동해서 더위를 피하며 지낼 수 있다. 오히려 과도한 냉방 가동으로 한여름에 냉방병 감기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 냉방시설이 미비할뿐더러 선풍기조차 전력 사정이 열악해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부채 하나와 나무 그늘과 우물가 등목으로 버텨야 하는 과거 시대 자연의 삶이 북한의 현실인 것이다.

평양시 열대야 분포면적과 비율을 구역별로 산출했다. 역포구역이 밤에도 제일 무더운 것으로 파악됐고, 강동군과 삼석구역이 뒤를 잇는다. /자료=랜샛-8 TIR 분석

평양직할시 전체를 구역별로 나누고 열대야 현상 분포면적과 비율을 산출했다. 전체 열대야 면적은 2만 6022ha로 평양시 면적의 14.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역별로는 역포구역과 강동군이 5만ha 이상으로 제일 많고 삼석구역, 사동구역, 강남군, 만경대구역, 형제산구역이 뒤를 잇는다.

구역별 열대야 현상 비율을 살펴보면, 역포구역이 면적(1만 1643ha)의 절반 가까운 47.4%(5523ha)에서 고온의 지열로 열대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포구역은 평양 외곽에 위치하며, 건물 밀집 지역이 아닌 야외 개활지에서 지표열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숲이 없는 나대지 등 개활지는 태양의 직사광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지열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평양 외곽 강동군 내 오른쪽 구역을 보면, 저온을 나타내는 초록색이 산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이곳은 숲이 많은 산능선이 지나는 곳이며, 한여름에는 산속 숲이 지열을 낮춘다는 산림환경 공익적 기능의 교훈을 새삼 알려준다. 한편, 표면 기온이 가장 낮은 곳은 대동강 물 지역이다.

열적외선 자료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을 위해 지표면 기온 산출 방식을 참고로 정리했다. 필자가 문헌과 자료를 섭렵하면서 애써 정리한 것이다.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절차를 따라 처리하면 된다. GIS 전문 프로그램으로 ArcGIS를 이용했다. 랜샛-9호 열적외선 자료의 경우, 상수값이 달라서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기술적 내용은 이하 생략하고, 구체적인 것은 개별 문의에 따라 설명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열적외선 분석 기온은 위성 자료를 산술적 계산에 따라 간접 산출한 것이라 실제 기온과는 차이가 있다. 연구 문헌에 따르면, 실제 기온과 ±3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확한 것은 지상에서 온도계로 직접 측정하는 것이다.

열적외선 위성자료를 이용해서 평양시를 대상으로 가상 열대야 현상을 분석하고 분포 구역을 살펴봤다. 야간 촬영 열적외선 자료가 없는 관계로 주간 자료를 활용해서 가설에 따라 시도해본 생뚱맞은 분석이었다. 장난 같은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겠지만, 역발상 착안에서 새로움이 만들어지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뚱맞은 시도를 한 연구와 분석 칼럼에 제현의 조언과 지도를 기대하고 청한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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