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병력 확대 투입해 작업 속도 높이는 北…이유가?

최전방 민경부대 군인 탈북 막기 위한 목적 커…확성기 방송 재개 계기로 작업 속도 올리라 지시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북한군이 철책으로 추정되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비무장지대(DMZ)에 지뢰를 매설하고 방벽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투입 병력을 확대해 작업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DMZ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뢰매설 및 방벽 건설 작업은 본래 해당 지역 주둔 부대인 전방 군단들이 담당했지만, 이달 중순 ‘병력을 확대 투입해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라’는 지시가 하달되면서 인민군 공병국 병력도 대거 동원되고 있다.

공병국은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탈북과 밀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북중 국경 무인지경(無人之境)을 중심으로 장벽과 고압선 설치 공사를 담당했다.

북한 당국이 국경 지역 장벽 설치 경험이 있는 공병 전문 부대를 투입한 것은 현재 DMZ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완료 시점을 앞당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전국에 ‘특별경비주간’이 선포돼 전방군단에 경계 태세 강화 명령이 하달된 상황에도 북한군이 DMZ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벌이다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군은 지난 9일과 20일에도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벌이다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후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북상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DMZ 주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뢰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건설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MDL 일대 경비와 수색을 담당하는 최전방 민경부대 군인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9일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을 계기로 DMZ 작업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젊은 하전사들이 남쪽의 나긋한 말투를 좋아한다”며 “무엇보다 날씨나 장마당 가격을 알려주는 부분이 실제와 맞아떨어지니 방송을 듣고 ‘한국이 대단하구나’ 하면서 남쪽에 대한 높은 믿음성을 갖는 하전사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시가 내려온 만큼 최대한 빨리 전연지역 공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지뢰 폭발 사고 같은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8일 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당시 언론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DMZ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군의 일련의 작업에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선전선동부의 기획으로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여기에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한 것이어서 전방부대에서 탈북이나 내부 동요가 일어날 경우 이에 대한 화살이 선전선동부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평양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