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러시아 사할린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로 조치로 귀국할 수 없게 되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외화벌이에 내몰렸다. 그러는 동안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건강에도 큰 위협을 받았다.
그해 중순 사할린에서는 여러 명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코로나19를 비롯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 북한 건설회사는 사망한 노동자들의 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겠다면서 1인당 10달러씩 낼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한 푼 한 푼 모아 낸 이 위로금은 정작 건설회사에 할당된 외화벌이 계획분을 메우는 데 쓰였다.
이에 한 노동자가 상부에 불만을 제기하자 그는 심한 폭행을 당했고, 심지어 한동안 특정 장소에 감금되기도 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코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통제, 폭행 등 가혹 행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2021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할린의 건설회사는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는 환자 증가로 노동자들의 출근율이 떨어지고 치료비 부담이 커지자 계획분 자금을 낮춰달라고 본국에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를 묵살하고 계획분을 100% 보장을 지시했다.
북한 당국에 있어 건설 노동자들은 외화벌이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코로나 기간 열악한 환경 속 장시간 노동, 정보와 이동의 자유 침해, 임금 갈취, 질병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 부족 등 노동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유린당하면서도 계획분 자금 보장을 위해 일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사할린의 이 북한 건설회사 소속 노동자들 가운데 사망한 인원은 한 해 평균 5~10명이 사고와 질병으로 등으로 사망했던 코로나 이전보다 2배로 증가했다.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건설회사에서는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줘야 한다며 모금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살아남은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지워졌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사망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금은 단 한 푼도 그들에게 쥐어지지 않았고, 건설회사의 외화벌이 계획 부족분을 보충하는 데 사용됐다.
사할린의 북한 건설회사 사정에 밝은 한 현지인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노동자들의 돈을 쪽쪽 빨아가는 모습은 마치 흡혈귀와 같았다”며 “여기(러시아)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외화벌이에 있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노동자들의 비극은 북한 당국이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와 인권 침해 문제는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안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