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北 건설 노동자들, 홑겹 나무판자 위에서 ‘아슬’

北 노동자들 일하는 현장 사진 여러장 확보…소식통 “자재값 아끼려 최소한의 발판만 설치”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 모습.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 빌딩을 지을 때도 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얇은 나무판자 위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NK

데일리NK가 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 사진을 여러장 확보했다. 사진 속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본보가 확보한 사진은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 속에는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지은 주택이나 별장, 단층 상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10여 명이 한 개 조로 묶여 일하고, 이렇게 비교적 작은 규모의 건물은 보통 5명 이하의 소규모 인원이 한 개 조를 이뤄 3~4개월 동안 현장에서 숙식하며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로 건설 현장에 파견되면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차가 높고, 노동자를 관리하는 북한 회사 간부들과 신뢰 관계가 있는 데다 이들에게 뒷돈을 찔러줄 수 있는 여력이 돼야 한다고 한다.

다만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등 숙식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는 전언이다.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 모습.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 빌딩을 지을 때도 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얇은 나무판자 위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NK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의 모습. 북한 노동자 한 명이 얇은 나무 판자 위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한편 한 사진에는 북한 건설 노동자가 한겨울에 얇은 나무판자 위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2층 이상의 빌딩을 짓는 건설 현장 철제 구조물 사이에 홑겹의 나무판자만 놓여 있을 뿐 다른 안전장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은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자재값을 아껴야 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건물을 완공해야 하기 때문에 10층 이상의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만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무판자 위에 올라갔다가 발판이 부서지면서 추락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고 했다.

작업 중에 사고를 당했다 해도 치료에 드는 비용은 오롯이 노동자 본인이 부담해야 해 큰 부상이 아니면 대부분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기며 그야말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공사 기간 안에 건물을 완공하기 위해 야간에 조명을 켜 놓고 새벽 2~3시까지 작업하는 날도 빈번하다고 한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겨울 동복 위로 얇은 끈을 허리춤에 묶은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특히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겨울철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에도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오랫동안 작업하는 날이 많은데, 방한복이나 장갑 등 방한용품이 낡거나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전언이다.

본보가 확보한 한 장의 사진에도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겨울철 작업복 위로 하얀 노끈을 허리춤에 질끈 맨 모습이 눈에 띈다.

소식통은 “겨울철 동복이 몸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며 “옷이 너무 크면 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에 바람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허리에 끈을 동여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건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보면 인권이라는 가치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노동자 개인에게 할당되는 임금도 너무 적어 러시아에 나온 뒤에 후회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