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모내기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함경북도 청진시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위원회가 간부와 그 가족들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 농근맹위원회는 지난달 하순 농근맹 간부들에게 “간부와 가족들부터 모내기 전투에 앞장서야 한다”며 구체적인 모내기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농근맹 간부 가족들이 모내기 전투에 나가지 않거나 적당히 얼굴만 비추는 경우가 많아 간부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실제 시 농근맹은 “간부 가족들의 특권의식을 깨버려야 한다”면서 “간부 가족들이 지금부터라도 앞장서서 모내기 전투에 발 벗고 나서자”고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이어 “간부 가족들이 모내기 전투에 나선 전투원들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간부 가족들이 주축이 돼 선전·선동 그룹을 조직하는 것, 현금이나 쌀을 모아 모내기에 참여하는 전투원들에게 떡·빵·국수 등을 공급하는 것 등 모내기 총동원 사업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 농근맹은 또 농기계 작동에 필요한 디젤유와 농기구, 장화·장갑·작업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농근맹 조직끼리 경쟁을 붙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농근맹 간부와 그 가족들은 “시내에 당, 안전부, 보위부 등 힘 있고 돈 있는 기관 간부 가족들도 있는데 왜 제일 힘없는 농근맹 간부 가족들만 달구느냐”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농근맹 간부 가족들은 “힘없고 돈 없는 농근맹 간부 가족들만 모내기에 앞장서라고 닦달할 것이 아니라 당, 안전부, 보위부 간부 가족들부터 나서야 하지 않느냐”며 시 당위원회에 신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시 농근맹의 모내기 전투 참여 및 지원 지시 이후 농근맹 간부 가정에서는 부부싸움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결국 시 농근맹은 간부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지시를 수정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이달 초까지 농근맹 간부와 그 가족들이 어떤 내용으로 농장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확인서만 제출하라는 시 농근맹의 재포치(지시)가 있었다”며 “농근맹 간부 가족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 시 농근맹도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