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달 말 국내 단체의 삐라(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을 예고한 뒤 두 차례에 걸쳐 담배꽁초, 폐지 등 쓰레기가 담긴 일명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이로 인해 최근 며칠간 전국적으로 차량 유리가 깨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국민 불안감과 피로도도 상승하자, 한국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행동이 또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렸다.
요 며칠 그야말로 ‘핫이슈’였던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대해 북한 내부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데일리NK는 양강도에 거주하는 50대 주민 A씨와 평안북도에 거주하는 20대 주민 B씨 등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과 빠르게 접촉해 최근 북한의 대남정책, 대남 행동에 관한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이하는 A씨, B씨와의 일문일답
-북한이 남한에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사실을 알고 있나?
A: 중국 대방들이 말해줘서 알고 있다. 수령님(김일성) 때 조국통일 노선을 다 뒤집어엎더니 지금은 오물 풍선을 날리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수령님께서는 이런 저급한 일은 하지 않으셨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급한 사업이 많을 텐데 왜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지도 모르겠다.
B: 알고 있다. 솔직히 발전된 시대에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은 우리 자신을 천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새세대들은 더 나은 방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렇게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기보다는 서로 협력은 안 하더라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오물 풍선을 보내는 너절한 이런 방식은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대남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수령님께서는 민족 화해와 협력에 중점을 두셨고,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우리민족끼리를 중시하셨다. 특히 선군혁명을 내세우신 장군님 때도 이런 식으로 민족을 두 동강 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B: 국가의 과거 대남정책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현재의 정책은 너무 졸렬하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 한국 대통령이 평양에 오고 판문점에서 만나고 할 때는 적어도 대화의 여지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아예 사라진 것 같다.
-지금의 대남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걱정이 많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에 대한 영상(이미지)이 더 나빠지고 국제적으로도 더 고립될까 걱정된다.
B: 변화를 기대하고 싶다. 형제끼리 싸우다가도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뭉쳐지는 게 핏줄인 것처럼 한 강토, 한 지맥을 이으며 살아온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물 풍선 살포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A: 이런 행위는 북남(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고 선전하는 국가가 앞장서서 로씨야(러시아), 중국과 친선 단결을 도모하고 한민족인 한국에는 오물을 보냈다. 한국 인민(국민)들도 반발이 거셀 텐데 이는 결국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B: 북남관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 우리 국가의 영상(이미지)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오물 풍선 살포와 관련해 내부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A: 여러 방면을 통해 오물 풍선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망신스러워하고 부끄럽다고 말한다.
B: 젊은 새세대들 중에는 이런 행동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한국과 국격을 가지고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오물 풍선 말고 다른 방법으로 남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물론이다. 한 동네 아낙네들끼리도 다퉜다가 대화로 풀곤 하는데 국가 사이에, 그것도 우리민족끼리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면 좋겠다.
B: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5·1경기장에서 연설할 때 우리 청년들은 누구도 당장 내일 통일이 되리라 생각지 않았고,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평화롭게 북과 남이 오가며 손잡고 노래하면서 살아봤으면 했다. 서로 속마음을 전달하고 풀 것이 있으면 풀고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어쨌든 래왕(왕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