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초상화 등장에 北 간부와 일반 주민 엇갈린 반응

간부들 "당연한 조치가 드디어 이뤄졌다"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일반 주민들은 깜짝 놀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1일)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된 가운데, 이에 대한 내부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21일) 평양 금수산지구에 위치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보도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그중에는 중앙간부학교 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초상화가 걸려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 또 김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사진에도 교실 칠판 위 3대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선대 지도자와 같은 위치에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린 모습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북한의 당 간부들은 대부분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노동신문 보도가 나온 직후 데일리NK와 접촉한 한 북한 간부는 “언제라도 해야 하는 일”, “당연한 조치가 드디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와 같이 내걸린 것에 대해 어색하거나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또 다른 간부 역시 “지금껏 원수님(김 위원장)의 만류로 초상화를 못 모셨을 뿐”이라며 “당의 지도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지금껏 초상화 사업을 만류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연세와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여전히 팽배한 전근대적 사고방식 때문에 30대 어린 지도자의 초상화를 선대 지도자와 같은 반열에 올리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는 김 위원장의 나이가 30대를 넘어섰고, 지도력도 인정받고 있으며, 정권도 안정화됐기 때문에 초상화를 거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간부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에 반해 일반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 지도자들과 함께 걸린 것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다들 신문을 보고 놀라워했다”며 “수령은 한 분뿐이라더니 어느새 3명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 조직 등 정권기관과 연계가 없는 일반 주민, 또 외부 정보를 접하는 국경 지역 주민들은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와 권력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경우도 많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기념사를 바탕으로 학습자료를 제작했으며 이를 각 지역의 당학교에 하달해 강연 제강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당학교는 지난 23일 강연 제강을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서 “중앙간부학교에서 원수님 초상화를 전국적으로 제일 먼저 모신 것을 계기로 모든 도·시·군 당학교들도 이후 모심 사업에 충성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의 초상화는 앞으로 각 지역의 당학교들에도 순차적으로 내걸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