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씩 걸리는 세관 상품검열에 개인 무역업자들 ‘한숨’

상품 통과에 3일 이상 걸리면서 판매할 때 놓쳐 돈벌이도 차질…"해 먹을 장사가 없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 세관의 상품검열이 3일 이상 소요돼 개인 무역업자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 세관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수입해 도매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세관에서 상품을 검사하는 기간이 빨라야 3일이고 보통 5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옷이나 신발같이 계절을 타는 상품은 자칫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로 판매를 미뤄야 해 이런 상품을 수입하는 주민들은 상품을 들여올 때마다 세관 검열에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옷이나 신발은 유행이 있어 다음 해에 가면 가격이 폭락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열이 오래 걸리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코로나 전에는 세관으로 들여오는 상품은 2시간 정도면 찾아갈 수 있었다”면서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세관에서 포장된 상품까지도 하나하나 깐깐하게 검사하면서 (상품 통과까지) 며칠씩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가뜩이나 날씨까지 부쩍 더워지면서 옷이나 신발을 수입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옷을 수입해 도매하는 혜산시의 한 주민은 “계절에 맞춰 옷을 수입했는데 더워진 날씨 때문에 판매가 어렵다”며 “상품을 주문했던 주민들은 약속한 날짜가 하루 이틀만 지나도 받으려 하지 않는데, 그렇게 되면 상품이 빠지지 못해 내 돈만 묶이게 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노는(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발을 수입하는 또 다른 혜산시 주민은 “봄에 맞는 상품을 들여와도 날씨는 여름 같아 잘 팔리지 않아 속상한데 중국에서 이 땅(북한)으로 들여와서도 (세관에서) 나오는데 며칠씩 걸리니 장사를 못 해 먹겠다”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전혀 생각해주지 않으니 위험해도 돈 이관이나 하면서 돈을 버는 게 백번 나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 사태 당시 세관 폐쇄로 돈벌이에 차질이 생겼던 일부 개인 무역업자들은 탈북민들과 북한 내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연결해 돈을 전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송금 브로커로 전향해 돈을 벌어왔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세관이 다시 문을 열어 본래 하던 업으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는 장기간 상품검열이라는 변수를 맞으면서 또다시 돈벌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또 과일을 수입하는 주민들도 애로를 겪기는 마찬가지인데, 더워진 날씨에 적절한 보관 장소도 없이 세관에서의 상품검열 기일이 길어지면서 과일이 썩어나가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설탕이나 식용유 등 식료품은 계절이나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무역업자들 대부분이 하루 이자로 돈을 빌려 쓰기 때문에 세관의 상품검열 기간이 오래 걸릴수록 이잣돈이 불어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를 들어 중국 돈 1만 위안을 1일에 빌렸다 2일에 갚는다면 하루 이자 100위안을 붙여 1만 100위안을 갚으면 되지만, 3~5일이 걸리면 300~500위안의 이잣돈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실정이 이러니 요즘 주민들은 ‘해 먹을 장사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와크비와 세관비 등을 받아내는 국가만 이익이고 돈을 대 수입하고 장사하는 개인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