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주민 집에 함흥시 보위원이 들이쳐…무슨 일?

함흥시 탈북민 가족에 돈 전달한 혜산시 주민 추적해 뒤쫓아 와…은행거래 사실이 덜미가 돼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송금 브로커의 심부름으로 함경남도 함흥시에 사는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 주고 돌아온 양강도 혜산시 주민이 최근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10일 송금 브로커의 심부름으로 함흥에 사는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 주고 온 혜산시의 한 주민이 집으로 돌아온 지 5일 만에 보위부에 체포돼 현재 구류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주민은 평소 송금 브로커의 요청이 있을 때 내륙지방에 있는 탈북민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해 주면서 수고비를 받는 식으로 돈벌이를 해왔다.

이번에도 이 주민은 함흥에 있는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고 무사히 혜산으로 돌아왔으나 돈을 받은 탈북민 가족의 집에 함흥시 보위원들이 들이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북한에서 탈북민 가족은 감시를 특히 심하게 받는데, 이 집에 외부인이 왔다 간 사실이 신고되면서 다음 날 보위원들이 집에 들이쳤다.

보위원들은 “얼마를 받았는지 다 알고 왔으니 좋은 말로 할 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해 돈을 회수하는가 하면 돈을 전달해 준 사람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에 탈북민 가족은 “혜산시 사람이라는 것과 전화번호만 알고 있다”면서 전화번호를 보위원들에게 넘겼지만 이미 ‘없는 번호’가 된 뒤였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에서 돈 전달하는 일은 불법이고 단속에 걸리면 큰 처벌을 받고 그렇지 않으려면 많은 돈을 뇌물로 고여야(바쳐야) 한다”며 “그래서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 일이 끝나면 거래에 쓴 전화기 유심을 소각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돈 전달자를 찾을 단서가 없자 보위원들은 또다시 탈북민 가족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 ”은행에서 돈을 찾아왔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보위원들은 바로 함흥시에 있는 은행으로 가서 전달한 돈 액수에 들어맞는 은행 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전달자를 혜산시의 한 주민으로 특정했다. 이후 혜산시로 향해 지난 10일 돈을 전달한 혜산시 주민의 집에 불시에 들이쳤다.

그러나 처음 보는 보위원이 찾아온 것에 이상함을 느낀 해당 주민의 가족이 급히 혜산시의 담당 보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혜산시 보위원까지 현장에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국 이번 사안은 혜산시 보위부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돼 함흥시의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혜산시 주민은 혜산시 보위부에 체포됐고, 함흥시 보위원들은 되돌아갔다.

소식통은 “원래 다른 지역 주민을 체포하려면 그 지역 보위부에 의뢰해 협조받는데, 이번에 함흥시 보위원들은 혜산시 보위부에 사전 통보도 없이 단독으로 움직였다”면서 “돈을 전달한 주민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의도였지만 혜산시 담당 보위원이 출동하는 바람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 주민이 은행거래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는 소문이 발 빠르게 퍼지면서 가뜩이나 은행에 대한 신뢰가 없던 주민들이 지금 더욱더 은행을 이용하지 말아야겠다고 하고 있다”며 “개인의 은행거래를 보위부가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소문이 이번 사건으로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에서 은행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한쪽으로는 감시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은행거래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체포된 주민도 전달할 돈 액수가 크지 않아 일없을(괜찮을) 것으로만 생각하고 은행을 이용했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 애초에 은행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