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처음부터 새로 짓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시작된 강원도 고성항과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 무단 철거작업이 답보상태다. 2019년 10월 말 이곳을 방문한 김정은 지시로 시작된 남측시설 철거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갑작스럽게 “보기만 해도 너저분한 금강산 남측시설을 싹 다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지을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최근 맥사(Maxar) GeoEye-1 컬러 위성사진(해상도 40cm)에서 금강산 관광지구를 살펴보면, 출입국관리소 등 북한 강원도 고성항 부두 시설과 현대아산 원유 공급소 등이 모두 철거됐고 잔해와 흔적만 남았다. 구룡마을과 온정각,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시설도 철거돼 사라졌다. 또한, 한국 정부가 설치한 2건의 정부 자산 중 이산가족면회소(12층) 호텔만 남고 소방서 건물(2층)이 완전 철거됐고 빈터만 남은 것이 최근 우리 통일부에 의해 공식 확인된 바도 있다.
◆온정각·구룡마을 철거
금강산 관광객 숙소로 쓰이던 구룡마을 빌라 190여 동이 철거돼 빈터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회주의식 서커스를 보여주던 둥근 돔형의 교예 공연장인 문회회관도 지붕이 사라지고 내부 무대와 객석이 비바람에 노출된 채 하늘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온정각 동관 건물과 면세점이 있던 서관 건물도 모두 철거됐고, 금강산 병원도 사라지고 잔해와 흔적만 남아서 본래 자리를 알려줄 뿐이다.
◆한국 정부 자산 소방서 철거
이산가족면회소 앞에 있던 소방서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이 최근 깨끗이 사라졌다. 금강산 관광객 안전사고와 화재에 대비해 우리 한국 정부가 소방안전대책 일환으로 설치했던 게 사라진 셈이다. 소방서는 이산가족면회소와 함께 금강산지구 내 총 2건의 우리 정부 자산 중 하나였다. 이제 소방서가 무단 철거되고, 면회소 건물 하나만 남게 됐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로 쓰이던 지하 1층, 지상 12층 호텔 건물은 아직 건재하며, 앞마당 공터에는 구룡마을을 철거하면서 옮겨온 시설과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있다. 이곳 면회소에서 그간 총 4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치러졌는데, 이후 코로나-19 통제와 국경봉쇄로 관광객 없이 폐가나 다름없이 방치되어왔다. 호텔 앞과 뒤편에는 구룡마을에서 옮겨온 간이숙소 건물 30여 동이 울타리에 붙여서 나란히 야적돼 있다. 이동식 숙소 건물은 재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구룡마을에는 숙소가 190여 동 있었는데, 이곳에 옮겨온 30여 동을 뺀 나머지 160여 동은 이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
◆주유소와 골프장 리조트 철거
고성항 인근에서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버스와 업무용 차량 및 기타 시설에 기름을 공급하던 원유 공급소가 모두 철거됐고, 주유소가 있던 광장도 텅 비어 있다. 인근 부대시설인 아산 생활관 등도 모두 철거되고 흔적만 남았다. 한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시설은 관리동과 콘도 건물 포함 10동이 철거됐고 안내실, 회의장, 온천, 헬스장 등이 있던 클럽하우스 시설은 외관은 멀쩡하게 남았는데, 재활용을 위해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지구는 북한이 남측시설을 몽땅 걷어내고 중국인 여행객 대상으로 북한식으로 새로 지을 방침이라고 하지만, 남측시설 철거 작업도 부진하고 새로 짓는 것은 여전히 시작도 못 한 채 방치되어 있다. 북한은 아직 코로나-19 사태로 취해진 국경봉쇄가 다 풀리지 않았고, 국제사회 대북 경제 제재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자와 자금력이 부족한 북한이 외부 투자나 지원 없이 자급자족, 자력갱생만으로 금강산 관광지를 자체 개발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시일도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