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농촌 지역의 전력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지난달부터 안악군과 은률군을 비롯한 도내 농촌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며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한 양수용 전기는 하루 4시간 공급되는데 민수용 전기는 하루 1시간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황해남도 농촌 지역의 민수용 전기가 하루 1시간도 채 공급되지 않고, 심지어 전기 공급이 전혀 없는 날도 적지 않아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나마 도시화된 읍의 주민들은 발전기나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 문제를 어느 정도 자체로 해결하고 있지만, 리(里)에 사는 주민들은 그마저도 어려워 심각한 전력난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에 안악군의 대추리와 원룡리 주민들은 태양광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인민반에 3~4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세대가 햇빛 판을 설치해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주민들이 일을 나간 사이 ‘햇빛판’(태양광판)을 뜯어가는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소식통은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져 도둑이 늘어나고 있다”며 “눈 깜빡할 사이에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다 훔쳐 가는데 여기에는 햇빛판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농사일이 많아진 요즘같은 때에 리 주민들은 하루 종일 논밭에 나가 일하는데, 그렇게 주민들이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이쳐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쳐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실외에 있는 태양광판을 집안으로 들여다 놓고 일을 나가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태양광판까지 도둑맞으면 저녁때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보통 8~9시 사이가 되는데 전깃불이 없으면 소경처럼 생활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지금은 수돗물도 잘 나오지 않아 종일 일하고도 제대로 씻지 못해 그야말로 인간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력난은 단순히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TV 시청 등 주민들의 문화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농촌 주민들은 ’마치 집을 쓰고 사는 짐승이 된 느낌‘이라며 처지를 한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올해 전력난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면서 “그나마 농번기에 전기를 많이 쓸 수 있다는 게 농촌의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옛날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밥에 고깃국은 아니어도 강냉이(옥수수)밥이라도 배불리 먹고, 전깃불 잘 오고, 물 공급이 잘 되는 세상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게 농촌 주민들의 소원”이라면서 “나라에서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하루빨리 소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