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나선시 편] 강제 추방된 中 사업가들

[북한 비화] 생계난에 중국인 투자 회사 자산 불법 매각했다가 15년형…"악몽과도 같았던 시기"

북중러 하산 나진 풍천 두만강 나선 함경북도
2019년 2월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두만강역 근처. /사진=데일리NK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2020년, 북한 최초의 경제특구인 나선특별시에서는 중국인 사업가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그해 1월 북한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할 당시 나선에는 북한에 남겠다는 의사를 표한 중국인 사업가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국경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즉 나가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는 북한 당국의 설명에도 투자한 회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북한에 남기를 원했다.

그렇게 북한에 남은 중국인 사업가들은 중국에서 들고 온 휴대전화를 북한 내에서 사용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을 통해 나선시의 코로나 상황과 북한의 방역 조치에 관한 정보들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북한은 나선에 남아 있던 중국인 사업가들의 정보 유출 행위에 바짝 촉수를 세웠고, 결국 2020년 11월 중국인 사업가 1명을 중국 휴대전화 사용을 통한 정보 유출로 강제 추방했다.

당시 이 조치는 나선에 있던 중국인 사업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후에도 여러 명의 중국인 사업가들을 같은 이유로 강제 추방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북한의 감시 눈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진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나선에 남아 있던 중국인 사업가들이 2020년 초겨울을 기점으로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들이 투자한 회사들은 북한 대리인의 손에 넘겨졌다.

그러던 중 한 중국인 사업가가 투자해 설립한 수산물 가공회사에서 문제가 터졌다. 코로나 국경 봉쇄에 따른 무역 중단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북한 대리인이 해당 회사의 자산을 불법으로 매각한 것이었다. 이 대리인은 회사 설비는 물론 창문 유리까지 뜯어 팔아넘겼는데, 곧 이 소식은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인 사업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됐다.

이에 분노한 중국인 사업가는 즉각 나선시 검찰소에 연락해 긴급 수사를 요청했고, 끝내 붙잡힌 북한 대리인은 재판에 넘겨져 교화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나선시 검찰소는 또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건에 대비해 이 사건을 대대적인 본보기로 내세웠다.

코로나로 생계난에 빠진 것은 비단 이 북한 대리인만이 아니었다. 무역이 중단돼 나선시의 많은 중국인 투자 회사와 공장이 멈춰서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수많은 주민도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여 나선시 주민들은 지금도 그 당시를 “무역으로만 20여 년을 먹고 살아온 우리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던 시기”라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나선시의 한 주민은 “90년대 김정일이 아무런 통보 없이 국가 배급소 문을 닫아버려 하루아침에 아사자가 발생했을 때보다 코로나 때가 더 처참했다”며 “대책 없는 국가의 봉쇄 정책이 한 지역의 경제와 사람들의 생활을 얼마나 처참히 무너뜨렸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아 나선시에는 국가를 믿는 사람이 더 줄어들었다”고 했다.

또 나선시의 한 무역일꾼은 “코로나 때 나선시에서 행방불명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중에 가장 많았던 게 무역 부문 사람들이었다”며 “무역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경 봉쇄는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