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회복세에 中 내 탈북민 ‘북송’ 불안감 극에 달해

자오러지 방북 기점으로 공포감 확산…한국행하다 자칫하면 붙잡히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

한동안 소원해졌던 북중관계가 수교 75주년 기념 ‘조중 우호의 해’를 맞은 올해 다시금 회복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 중국 내 탈북민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중관계 개선으로 양국 간 탈북민 북송 문제에서의 협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 두 나라 관계가 좋아질수록 탈북민들의 북송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최근 여기(중국) 탈북민들이 다른 때보다 북송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더 크게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1~13일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기점으로 중국 내 탈북민들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탈북민 대규모 강제북송 사건으로 가뜩이나 마음을 졸이던 중국 내 탈북민들은 중국 고위 간부의 방북 이후 공포심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한다.

실제 최근 들어 “조중(북중)관계가 개선되면 우리 모두 복송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면서 조바심을 보이는 탈북민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중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탈북민 문제에서의 양국 간 공조나 협력도 강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언제 붙잡혀 북한으로 보내질지 모른다는 게 중국 내 탈북민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탈북민은 “조중관계가 좋아지면 중국은 우리를 뇌물로 가져다 바칠 것이고 우리는 영영 나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요즘에는 낮에 누가 잡으러 오지 않나 하는 생각에 화장실 나가기도 무섭고 밤에는 악몽에까지 시달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감옥에 있는 탈북민들을 모두 북송시킨 후에는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이유 불문하고 잡아들여 북송시킨다고 한다’는 악소문까지 돌고 있어 더 큰 공포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작년 여름에도 우선 감옥 생활을 하는 탈북민들을 모두 북송하고 나면 죄를 저지르지 않고 조용히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불시에 체포해 북송시킨다는 소문이 돌아 한동안 뒤숭숭했다”면서 “그런데 지난 10월을 시작으로 감옥에 있는 탈북민들 북송이 계속되고 있어 탈북민들의 두려움이 극에 치닫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단순 소문이 아니라 실제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탈북민들은 스스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이에 탈북민들은 한국에 가는 것밖에 살길이 없다고 말하는데, 한국행을 시도하다 자칫 잘못하면 공안에 걸려 정말 북송될 수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