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동향 장악으론 절대 안 된다

/그래픽=데일리NK

지난달 말 북한 노동당이 모든 조직과 근로단체들을 통해서 주민들 특히 청년·학생의 동향 장악을 최우선 과제로 하라는 지시문을 내려보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도당위원회 선전선동부는 주민 동향 장악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깊이 인식하고 새로운 각오와 안목으로 청년·학생들의 일거일동을 장악 보고하라고 지시문을 내려보냈다. 그 결과 학교와 직장에서 휴대전화 검사가 일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생활 침해를 인권 문제로 보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완전히 배치되는 현상이다.

북한 노동당은 최근 제2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에서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상 생활과 새세대들의 정신적 성장을 당과 조국 앞에 책임져야 한다는 확고한 관점과 입장을 가지고 높은 정치의식과 다방면적인 실력을 갖추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의식변화에 따르는 효과적인 처방도 찾아쥘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실제로 북한의 청년층이 충성보다 돈이 먼저라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은 최근 몇 년 사이 청년들의 사상 변화를 남한과 서구 문화의 노출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 (2023년) 등 세계 법률 역사에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을 잇달아 제정하며 통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민과 사회 현실의 요구를 무시한 이 세상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법이고 규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과 노동당은 말도 안 되는 규범을 정당화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특히 그 규범이 체제에 대한 충성이나 도덕적 가치 등을 표방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여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라”고 한다. 생각의 변화나 사상적 이탈이 치명적으로 위험한 행동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대부분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권력의 중심에 가서 생색을 내고자 하는 이들은 상류층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다른 이들까지 일단 ‘충성분자’가 되어야 한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북한 노동당이 놓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 세기 가까이 진실이 무엇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살아왔다는 그 점이다. 생존을 위한 초보적인 식량도 없이 굶주림과 추위에 죽어가면서 지켜왔는데 고맙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감시하고 통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은 본인들의 무지를 해소하고, 세상을 알고, 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고 노동당이 만들어놓은 법과 규범에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 법과 규범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집단 착각의 오류에서 벗어나 자신과 후대들을 위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