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절 행사 앞두고 술에 만취해 싸움판 벌인 노동자들

행사 전날 저녁 연습 끝나고 식사하다 패싸움 일어…얼굴 붓고 피멍 든 상태로 다음날 무대 올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온 나라가 뜻깊게 경축했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행사 소식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길주팔프(펄프)공장 노동자들이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 행사를 앞두고 술에 만취해 싸움을 벌여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중앙의 지시에 따라 길주팔프공장 당위원회는 광명성절을 맞으며 직장별로 충성의 노래모임을 조직했는데, 행사 전날인 14일 저녁 노동자들이 노래연습을 마친 뒤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여 크게 문제시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길주팔프공장 당위원회는 한 달 전부터 광명성절을 기념한 충성의 노래모임을 지시하면서 이를 통해 직장별로 충성심을 총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각 직장은 1월 중순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는 노동자들을 선발해 충성의 노래모임을 준비했다.

공장 당위원회는 충성의 노래모임 행사가 있기 전날(14일) 공장 문화회관에서 노동자들이 행사에 쓸 예술 소품들을 검열하고, 직장별로 순서를 정하는 등 행사 준비를 최종 점검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준비가 원만히 이뤄진 것을 확인한 공장 당위원회는 노동자들이 그동안 일은 일대로 하면서 저녁마다 모여 노래연습을 하느라 고생했다며 후방 부서를 동원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소식통은 “충성의 노래모임에 참가하는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식사하면서 자기들끼리 몰래 술을 마시고 즐겼다”며 “그러던 중 과도하게 술을 마신 상태에서 노동자들 간에 말싸움이 일어났고, 곧 주먹질이 오가는 패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술에 취한 노동자들은 곁에서 말리지도 못할 정도로 흥분해 맨주먹을 마구 휘둘렀으며, 이렇게 노동자들끼리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 10여 명이 다쳤다고 한다. 하지만 15일 당일 행사를 무조건 보장해야 해 얼굴이 찢어지고 터져 퉁퉁 붓고 퍼렇게 멍이 든 상태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모습을 본 공장 일꾼들과 공장 전체 노동자들은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수군대기도 하면서 무대를 관람했다”며 “환자복을 입지 않았을 뿐 환자나 다름없었고, 그야말로 패잔병부대가 울상을 짓고 노래를 부르는 모양새여서 좌석에서 기가 막히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장 당위원회는 이 일이 길주군 당위원회나 도 당위원회에 알려지면 큰 사달이 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행사를 책임진 공장 일꾼, 술판과 싸움판을 벌인 주모자 등을 불러내 명절 내내 진술을 받아내고 시시비비를 따져 명절 같지 않은 명절로 지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