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어렵게 연락 닿은 중국 내 탈북민 생활 들어보니…

사회와 단절됐다가 최근에야 연결돼…한국으로 가는 길조차 몰랐다는 말에 다른 탈북민들 충격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에 설치된 ‘주의사항’ 팻말. 이곳은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지난 몇 년간 사회와 단절된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 온 중국 내 탈북민들의 사연이 최근 연이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5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중국에도 이런 집이 있을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심한 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일부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최근 다른 탈북민들에게 하나둘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15년 탈북한 30대 탈북민은 지난달 8년 만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중국 내 탈북민들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이 탈북민은 농촌에서도 제일 못사는 동네에서 중국인 남성과 살며 자식을 낳아 키우고 농사지어 먹고사는 일에 골몰하다 보니 다른 탈북민들과 연락이 끊겨 수년간 외롭게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최근 중국 내 탈북민들과 연락이 닿게 된 그는 “농촌에 팔려 오고부터 내가 달아날까 봐 3년 넘게 전화도 사주지 않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 4년이 되는 해에 겨우 전화기를 샀지만,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하고 여태껏 살아온 것 같다. 남편은 손가락 까딱 않고 혼자서 아이 키우며 집안일 하며 고달픈 생활을 했다. 죽고 싶고 도망칠 생각도 수없이 했지만 갈 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그동안의 생활을 전했다.

소식통은 “창고 같은 집에서 강냉이(옥수수)밥을 먹으며 산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이 탈북민은 한국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해 다른 탈북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했다.

아울러 탈북 후 6년째 중국에 살고 있는 한 탈북민 역시 지난해 11월에야 다른 탈북민들과 겨우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그는 농촌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 한 해 수확량이 얼마 안 돼 넉넉지 못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탈북민은 “힘들어서 북한을 떠나왔지만 여기 서도 이렇게 힘든 집에 팔려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아이 낳으면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돈을 보내주겠다기에 참고 견디며 아이를 낳았더니 돈이 없다고 끝이다. 정말 힘들었다. 여태 한국에 갈 생각도 못 하고 바깥세상을 전혀 모르고 머저리처럼 살아온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불같지만, 위험이 크다고 하니 조금 더 버티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는 같은 고향 사람들과 연락해 속마음을 터놓고 살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아직도 어느 농촌에 박혀 조선말도 잊어버린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은 다른 탈북민들과 연락하지 않으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아무도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있어 이런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